임신·출산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낙태상담시스템 구축 방안
A Review on the Establishment of Abortion Counseling System to Response on Pregnancy and Childbirth 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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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As the perception on abortion changes into a social problem, it is high time to also change the notion of criminalizing abortion. This necessitates the creation of societal structures that will respond to it. This study aimed to review the abortion counseling system that responds to the pregnancy and childbirth crisis. We conducted a review of the literatures and documentations made available through search engines, in-cluding cases overseas. In addition, we analyzed the currently operating pregnancy and childbirth-related service systems and reviewed the issues being discussed in Korea regarding artificial abortion. Based on these analyses, we suggest steps that can be taken for the revision of the law as Constitutional Discor-dance determining on abortion clause of criminal law. In addition, we propose a plan to establish an appro-priate abortion counseling system that will respond to the domestic pregnancy and childbirth crisis.
서론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는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을 위해서는 상담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하였다(Kim et al., 2020a).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 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국가들은 의무적으로 인공임신중절에 앞서 상담을 시행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이에 대한 논의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2018년 인공임신중절실태조사에서 보고되었듯이 인공임신중절 받는 여성들의 경우 수술 전후 의료기관에서의 상담 필요성 여부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국내 의료 접근성이 비교적 용이하지만 임신중절 시행 병원에 대한 정보에 쉽게 노출이 되지 않아 인공임신중절을 받고자 하는 경우 의료기관을 알아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Lee et al., 2018).
2019년 4월 11일 헌법 재판소는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임신 종결과 관련하여 신중한 결정을 위해 숙려 기간을 마련하고, 임신 전 및 출산 후 출산 및 육아 정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하는 등 사회경제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하였다(Korea Ministry of Government Legislation, Korean Law Information Center, 2019). 2020년 12월까지 관련 법안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했으나 형법과 모자보건법상의 낙태죄 관련 조항들의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형법상 낙태죄 개선 입법 기한인 2020년 12월 31일 기한 경과에 따른 인공임신중절 관련 사항을 발표하였다. 인공임신중절 관련 정보 및 유관기관 안내는 보건복지부 상담센터인 129, 또는 인구보건복지협회를 통해 제공하며, 위기갈등 상황의 임신·출산 상담 매뉴얼을 전국 보건소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또한 관련법 개정을 통해 상담 체계 근거를 마련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며, 인공임신중절 의약품의 허가·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0a). 우선적으로 2021년 8월 1일부터 인공임신중절 교육·상담료가 신설되어 적용되기 시작되었으나(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1), 관련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의무 사항은 아니다.
이처럼 낙태와 관련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여러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 현실을 토대로 하여 인공임신중절의 실태를 반영한 포괄적인 시스템 구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 고찰에서는 낙태죄 관련법 개정에 따른 법제화의 논의와 함께 태아와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위기갈등 상황의 임신·출산 상담 시스템을 살펴보고, 인공임신중절 전후 발생 가능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상담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적인 상담시스템 구축을 위한 토대를 제시하고자 한다.
본론
1. 인공임신중절 현황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세계적으로 연간 약 2억 1천만 명의 여성이 임신하며, 이 중 약 4천 2백만 건의 임신이 자발적으로 중단되며, 그 중 절반인 2천만 건은 모성사망, 후천성불임, 자궁외 임신, 습관성유산 등과 같은 안전하지 않은 임신 중단으로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보고하였다(World Health Organization, 2012).
국내 인공임신중절률은 가임기 여성의 감소와 성교육에 따른 피임의 실천 증가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전국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Lee et al., 2018)에 따르면 성경험 여성의 인공임신중절 경험률은 10.3%에 이른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 중에 90.2%는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았고, 나머지는 약물을 사용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인공임신중절을 위해 필요한 정보 중 가장 많은 응답은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의료기관’이었다. 조사 대상의 96% 이상이 사전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는데, 특히 19세 이하의 저연령일수록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이는 의료 상담뿐 아니라, 심리·정서적 상담 및 출산·양육에 관한 정부 지원 방안 등도 포함된다.
한국여성정책개발원의 안전한 임신 중단을 위한 의료접근성 제고 방안 연구에서는 안전한 임신 중단을 위한 의료 접근 장애 요인으로 응급피임약 및 기타 피임방법, 임신 인지부터 임신 중단까지 소요 시간, 인공임신중절에 따른 교통비 포함한 총 비용, 약물 및 수술적 방법 선택 이유와 의료상담 등을 제시하였다(Kim et al., 2020b). 임신 사실 인지부터 임신 중단까지 평균 1.43주가 소요되는데 임신 중단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수술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지 못하거나 의료기관의 거부, 비용 부족, 주변 시선의 부담으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술적 치료보다는 현재 불법 유통되고 있는 인공임신중절 약물 사용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로도 보고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항은 이 연구에서는 임신 중단 전 상담과 숙려 기간의 의무(60.8%), 의료인의 임신 중단 거부(67.6%), 청소년 보호자의 동의 및 상담확인서 의무(57.5%) 등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침해한다는데 높은 비율의 응답률을 보여 앞서 살펴본 전국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 조사 대상의 96% 이상이 사전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특히 19세 이하의 저연령일수록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보고한 결과와 차이가 있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보건복지부에서는 대한산부인과학회와 인공임신중절 임상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이에 근거하여 2021년 8월 1일부터는 인공임신중절 교육·상담료가 신설되어 적용되기 시작하였으나, 이는 의학적 상담에 국한되어 있어 사회경제적 지원을 비롯한 임신 중단 전 상담과 숙려기간은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맞게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면서도 낙태를 실질적으로 감소시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법적,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2. 해외 사례 분석
해외의 임신중절 지원시스템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보고서에서 논의되고 있어 간략하게 각 나라의 상담시스템 운영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독일
독일은 1992년부터 임신·출산 관련 상담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여 임신갈등법으로 관리하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임신·출산 법률을 따로 제정한 나라이다(Jang, 2015). 또한 임신 착상 후 12주 이내로 낙태 허용 임신주수를 제한하고 적어도 낙태 시술 3일전 상담을 받았음을 의사에게 입증하도록 하여 3일 이상의 숙려기간을 의무화하고 있다(Lee et al., 2019). 임신갈등상담소를 통해 익명을 전제로 한 임신중절 전 관련 상담을 받고 임신갈등상담확인서를 발급하는 과정을 의무화하고(Shin et al., 2019), 임신 위기갈등상황에서 인공 임신 중절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출산 및 출산 후 아이들에게 지원되는 여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이 임신·출산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포함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Choi et al., 2020b). 주로 주정부차원에서 위기임신 핫라인(Hilfetelefon Sch-wangere in Not), 가족계획(familienplanung,de)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임신갈등상담지원이 이루어지나, 민간기관인 프로파밀리아(Profamilia)라는 비영리·비종교기관에 의해 성과 재생산건강 증진을 목표로 청소년 임산부의 임신 중절에 대한 선택도 지원하고 있다(Choi et al., 2020b).
낙태에 대한 의사의 진료 거부는 2015년 임신 충돌 방지 및 관리법(Gesetz zur Vermeidung und Bewä ltigung von Schwangerschaftskonflikten [Schwangerschaft-skonfliktgesetz – SchKG]) Abschnitt 3 개정을 통해 낙태 시술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단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이나 건강의 심각한 손상을 피하기 위해 시술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된다. 낙태 시술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가 모두에게 보장된다(Moon & Kim, 2019).
2) 캐나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1988년 임신중절을 제한하는 형법이 위헌이라고 선언한 이후(Kim et al., 2019), 캐나다건강법(Canada Health Act)에 근거하여 임신·출산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숙려기간 및 인공임신중절 전 상담 절차도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Choi et al., 2020b). 또한 법정 임신주수 제한도 없으며, 12세 이상의 여성의 경우 보호자의 동의 없이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하며, 전문가의 동의 없이 임신·출산 관련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다(Planned Parenthood Toronto, 2020). 정보 제공과 상담을 진행하는 핫라인은 비영리기관인 캐나다낙태권보장을위한연맹(Abirtion Rights Coalition of Canada)라는 민간기관과 정부의 협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경우 옵션즈(Options for Secual Health; Options)라는 비영리기관으로 성과 재생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진단이나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임신·출산 관련 상담과 의료 기관 연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섹스센스핫라인를 운영하고 있다(Choi et al., 2020b).
낙태에 대한 양심적 거부 조항은 캐나다 의료협회에서 권고하고 있다. 의사는 인공임신중절에 참여하는 것을 강요받아서는 안되고, 참여 여부에 따라 차별을 받아서는 안되며, 도덕적·종교적 신념으로 낙태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환자가 다른 의사와 상의할 수 있도록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2019년 5월 Ontario 고등법원은 인공임신중절을 위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을 의사의 도덕적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 환자에게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교인 및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 단체는 환자를 소개한다는 것은 낙태를 시행하는 것과 도덕적으로 동등하다고 주장하면서 의사의 거부권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Moon & Kim, 2019).
3) 호주
호주의 경우 주마다 임신·출산 지원 체계가 다르게 책정되어 있는데, 빅토리아주를 포함한 6개 주와 2개 준주는 임신중절이 캐나다와 같이 비범죄화 되었다(Children by Choice, 2021). 호주 수도 준주 외 다른 지역은 임신중절 가능한 임신 주수를 16주부터 24주로 제한하고 있다(Children by Choice, 2021). 이처럼 법정 제한 주수를 주마다 다르게 제시되고 있는 반면, 임신중절 관련된 의료절차나 의무적 숙려기간이나 상담 절차는 제한하는 바는 없다. 호주 연방정부는 ‘비지시적 임신·출산 지원 상담(nondirective pregnancy support counselling service)’를 통해 상담 가능한 전문 인력을 협회 등과 협의하여 양성, 관리하고 있다(Australian Government, The Department of Health, 2020). 의료인뿐 아니라, 임상/상담심리사, 사회복지사, 상담간호사 등은 ‘비지시적 임신·출산 지원 상담 교육’을 이수하여 자격을 취득한 후 상담이 가능하며, 이는 등록제로 관리된다(Choi et al., 2020b). 민간기관인 호주 전역에 걸친 호주가족계획연맹(Family Planning Alliance Australia)에서 성과 재생산 건강에 대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빅토리아주의 경우 빅토리아여성건강(Women’ s Health Victoria)라는 비영리기관에서 1800 마이옵션즈라는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빅토리아주의 경우 임신중절 나이 제한이 없어, 18세 미만의 청소년도 보호자의 동의 없이 임신중절을 진행할 수 있다(Children by Choice, 2021).
다른 나라와는 달리 호주는 연방정부가 전문가 집단을 직접 등록하고 관리함으로써 전문가와의 협력을 통해 상담 지원의 전문성과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임신·출산 지원 체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아일랜드
아일랜드의 경우, ‘임신종결법’에 의해 임신 12주의 법정 주수 제한을 두고 있다. 또한 3일간의 숙려기간을 권고하고 있으나 숙려기간은 의무 사항은 아니다(Choi et al., 2020b). 2019년 1월부터 아일랜드 정부는 보건의료 체계인 Health Service Executive (HSE)를 통해 낙태 관련 의료 서비스와 비용도 전액 지원하고 있다(Health Service Executive, 2018). HSE의 산하기관인 성 건강과 위기임신 프로그램(Sexual Health and Crisis Pregnancy Pro-gramme)에서는 마이옵션즈 핫라인(My Options)을 운영 중이다. 마이옵션즈 핫라인은 비계획 임신을 한 사람들에게 낙태가 가능한 의료기관 정보, 낙태와 관련된 합병증 및 출산을 하게되는 경우 입양이나 양육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Health Service Executive, 2018). 이처럼 HSE 를 통해 임신·출산과 관련된 심리적 지원뿐 아니라, 상담자의 자발적 결정을 존중하는 기본 원칙에 맞추어 편파적인 상담이 이루어진 경우 신고하는 절차도 마련되어 있다(Choi et al., 2020b). 민간에서는 비정부 비영리기관인 아일랜드가족계획연맹(Irish Family Planning Association)을 통해 임신·출산 관련된 교육, 상담, 의료활동, 성과 재생산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으며(Irish Family Planning Association, 2021), 2019년 아일랜드가 낙태와 관련된 법제정 전에 비법제화 활동을 진행하였다.
낙태에 대한 양심적 거부에 대한 조항은 The Health Act 2018의 제22조로 응급 상황에서 임산부의 생명이나 건강상의 위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이를 거부한 사람은 임신 중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Moon & Kim, 2019).
5) 일본
일본은 ‘모체보호법’을 통해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한해, 공익사단법인 의사회가 지정한 의사만이 인공임신중절을 시행할 수 있고(Son, 2020), 지정의가 아닌 사람이 수술한 경우 불법에 해당한다. 임신을 지속하거나 분만하는 것이 신체적 또는 경제적 사유에 의해 모체의 건강을 현저히 위협하는 경우, 폭행·협박·간음에 의한 경우로 제한을 두고 있고, 연령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가 있으면 임신중절이 가능하다. 한국과의 차이점은 경제적인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이 허용되며, 실제 본인 및 배우자가 동의한 경우 경제적인 이유로 낙태가 거부되는 사례를 매우 드물다고 보고되었다(Lee et al., 2018).
6) 기타
앞서 살펴본 나라 외의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공임신중절의 기간 및 절차 제한 규정에 대하여 Table 1에 정리하였다(Jang, 2019). 합법적인 낙태의 사유에는 사회경제적, 여성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의 위험을 초래할 만한 사유, 태아의 사유, 성폭력에 의한 사유 등이 있으며 이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나라를 포함하여 기타 다른 나라에서의 인공임신중절 전 사전 상담, 양심적 진료 거부 여부, 그에 따른 정보제공 의무규정에 대하여 간략하게 정리하였다(Berer, 2017; Jang, 2015; Uyunige et al., 2018).
3. 국내 인공임신중절을 위한 법적 논의 현황
1953년 형법이 제정되었을 때부터 제27장에 ‘낙태의 죄’는 규정되어 있었으나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 14조에 의해 인공임신중절술은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수술’이라고 정의하고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허용 한계에 한하여 형법상 낙태죄로 처벌받지 않도록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낙태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 사회경제적 사유로 행해져 왔고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한 상담과 국가의 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있었으나(Lee et al., 2018) 제도화되지 않았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과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으며 입법자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결정하였으나 정부와 국회의 개정안들은 모두 발의만 된 상태로 개정되지 않고 있어 낙태법 공백 상태라 할 수 있다. Table 2는 그동안 발의된 낙태 관련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다.
정부의 개정안은 기존의 모자보건법에 있던 합법적인 허용 주수와 사유는 형법으로 이관하여 임신 14주 이내에는 사유의 제한 없이 허용하고 15주부터 24주 이내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하여 허용 사유를 명시하였는데 사회경제적 사유인 경우는 모자보건법에 따른 상담을 받고 24시간 이상의 숙려기간을 가지고 시행하도록 하였다. 정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세부적인 인공임신중절 시술 절차와 위기 갈등 상황의 임신에 대한 사회, 심리적 상담 지원과 의사의 거부권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Ministry of Justice, 2020).
임신 중지 전 상담 절차에 대한 규정은 정부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의원안에도 제시되고 있는데 상담의 목적이 정부안은 ‘임신의 유지 및 종결에 대한 자기 결정 지원’이고 민주당의 권인숙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은 ‘인공임신중단 지원’인 반면 국민의 힘의 조해진의원과 서정숙 의원안은 ‘태아 생명과 여성의 건강 보호 및 임신의 지속 격려’로 차이가 있다. 실효성 있는 상담제도 구축을 위해서는 상담의 목적을 먼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상담제도 관련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제7조의2) 중앙 임신·출산 지원 기관의 설치·운영
위기갈등 상황의 임신·출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중앙 지원기관을 설치하여 임신·출산 긴급전화 운영 및 온라인 상담을 제공하고,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 지원 및 숙련 기관 간 연계체계 구축 등의 역할 부여
(안제7조의3, 제7조의4) 임신·출산 종합상담 제공
보건소에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을 설치하여 임신으로 인한 위기갈등상황의 여성과 가족에게 정서적 지지, 지원정책 정보제공 등 임신 유지 여부에 관한 사회·심리적 상담을 제공하고, 임신의 유지·종결에 관한 상담사실확인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함. 또한 비영리법인 등이 임신의 유지 여부에 관한 상담을 제공하고 상담사실확인서를 발급하고자 하는 경우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로부터 지정을 받도록 하여 상담기관의 접근성 제고
예산조치
− 중앙지원기관 운영비 1,454백만원
− 임신·출산 상담창구 105개소(가임여성인구 4만명당 1개소) 운영 및 인건비 등 2,914백만원
낙태법 개정에 대해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여성의 안전과 무분별한 낙태를 막기 위해 사유의 제한 없는 낙태 허용은 임신 10주 미만으로 제한하고, 의료인의 낙태 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Choi et al., 2020a). 또한 임신 10주부터 22주 미만에는 태아의 발달 정도와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을 하고 숙려기간을 가진 이후 낙태를 시행하고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임신 22주 이후의 낙태 요구에는 응하지 않기로 하고 2020년 12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산부인과 의사들의 선별적 낙태 거부’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렸다(Korean Society of Obstetrics and Gynecology et al., 2020).
4. 정부의 임신·출산 지원 상담 사업 현황
2005년 5월 18일 제정된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법을 시작으로 「제 3차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계획」(2016–2020, 관계부처 합동에서는 행복출산패키지로 국가책임 체계로 전환하여 임신·출산 의료비 경감하여 본인부담금 해소 추진하였고(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15)
「제 4차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계획」(2021–2025, 관계부처 합동)에서는 강도 높은 정책적 지원과 사회 각 분야의 실천을 통해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지원을 확대 강화하고자 하였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0b). 이 방향에 맞게 다양한 모자보건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여러 사업들이 수행되고 있는데 주관부서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로 나뉘어져 있다. 소관 기관에 따라 분류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1) 보건복지부
출산비지원사업 및 산모신생아건강관리 사업과 같은 임신·출산과 관련된 보편서비스 및 만 18세 미만 산모, 한부모, 여성 장애인에게 선택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복지상담센터 및 전국 보건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출산, 양육 환경을 조성 실천을 달성하기 위해 임신, 출산, 산전후우울증, 모유수유, 육아 등과 관련된 교육 및 전문가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구보건복지협회, 난임 및 산전후우울증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약물상담 및 임신관련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마더세이프 센터, 임신·출산·양육 전반에 걸친 사회적 지원 서비스를 안내하는 아이사랑 보육센터, 고위험 임산부 및 신생아 집중치료 시설 지원 및 시설 간의 연계, 업무를 조정하고 종사자 교육, 관련 사례 분석 및 통계 자료를 제공하고자 설치된 중앙모자의료센터,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체계적·통합적 주산기 치료 체계를 지원하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가 있다.
2) 여성가족부
임신·출산 갈등 상담 지원하기 위해 가족서비스지원, 한부모·조손 가족 양육비지원, 다문화가족을 지원하는 건강가정지원·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는 한국가정진흥원이 있다. 한국가정진흥원은 중앙건강지원센터와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을 통합하여 2011년에 개원하였다. 한부모 가정의 생계, 주거 등을 지원하고 위기, 자립 상담 및 문제해결을 지원하는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성폭력 피해자의 의료, 법률, 치료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행정구역별 성폭력상담소 및 보호시설, 청소년 상담을 제공하는 청소년 사이버상담센터,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에게 의료, 법률, 심리치료 등을 지원하는 2020년 1월 기준 전국 39개 센터의 해바라기센터, 여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긴급 상담을 제공하는 여성긴급전화 1366 등이다.
국민 모두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이고, 필요한 사람에게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선택적 복지라고 한다(Rothstein, 1998). 앞서 살펴본 기관들 중에 임신과 출산을 고민하거나 계획하는 일반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와 특정 대상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택적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기관은 전국 보건소와 인구보건복지협회, 한국가정진흥원으로 볼 수 있겠다. 현재 정부 지원 하에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상담센터,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국마더세이프 전문상담센터, 난임·우울증상담센터 등을 통해 임신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 중 한국마더세이프 전문상담센터,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아이사랑 보육포털은 각각 임신 유지 및 출산을 한 여성에게 필요한 선택적 서비스를 그 목적에 맞게 제공하고 있다. 권역별로 운영되고 있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와 이를 지원하는 중앙모자의료센터는 주로 고위험 임산부의 안전한 출산과 신생아의 건강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의료적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이처럼 국내의 경우, 임신·출산과 관련된 대부분의 정부 지원 정책은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인공임신중절 전 심리 상담서비스는 부재된 상태로 주로 경제적·사회적 지원들이 대부분이며,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의 각 부서별로 사업 주체가 나뉘어져 있어 통합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임신 중지를 고민하는 위기 임신부들을 지원하는 상담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2020년 ‘임신·출산 상담체계구축방안’ 연구에서는 정부 기관은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관 기관 연계 등에 그쳐 지속적인 지원의 한계가 있는 실정이고, 오히려 청소년 및 여성 단체에서 위기 임신과 관련된 개입은 민간기관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기관별 수준과 지원 형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민간단체로서의 한계와 역량으로 인해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제공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임신 갈등 개입에 대한 집중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문제점을 지적하였다(Choi et al., 2020b).
이렇게 정부의 임신·출산 관련 서비스 체계는 각 사업의 목적과 업무가 중복되고 분절적으로 운영되어,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를 개선하지 않고 정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대로 포괄적인 기능의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을 가임여성인구 4만명당 1개소(개소당 예산 2천7백75만원)로 신설하면 위기 임신 지원을 위한 전문적인 상담을 기대하기 어렵고 임신 중지 상담 확인서 발급을 위한 요식 행위에 그칠 위험이 크다.
위기 임신 상담은 의학적 상담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지 및 심리 상담도 필요하며 임신에 따른 사회적 어려움과 경제적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등 다각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시행 중인 정부의 임신·출산·육아와 관련된 지원 사업들을 재정비하고 위기 임신 지원 상담을 포함하여 체계적인 임신 상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5. 임신·출산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낙태상담시스템 개선 방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부분의 낙태를 비범죄한 나라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관리시스템과 지역별 거점 지역을 기반으로 임신출산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한 법안의 개선 기한이 경과한 이후, 보건복지부에서는 법 개정에 앞서 우선 보건복지부 상담센터(129)와 인구보건복지협회를 통해 관련 정보와 유관 기관을 안내하고, 임신·출산 위기갈등 상황의 임신·출산 상담 매뉴얼을 제공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인공임신중절의 임신주수 허용 범위, 숙려기간 및 상담 절차의 의무성 여부, 전문상담사 제도,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행하는 의사의 지정여부, 그와 관련된 의사의 거부권 등 관련된 법 개정이 마무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기 임신부 지원은 단지 임신 중지 안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임신·출산·육아의 전반에 걸친 보편적 서비스와 임신 위기 갈등과 관련된 선택적 서비스를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통합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상담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임신·출산 전문상담인력 교육프로그램 개발·운영 연구’에서는 신규 임신출산상담사의 직무표준안을 제시하였다(Lee et al., 2020). 상담 업무에는 성·생식 건강, 출산 준비, 임신 출산 갈등, 임신 중단, 복합사례 지원 등이 포함된다. 의료, 심리, 복지, 법률, 학업 및 고용 등 영역의 다양한 제도, 서비스 등을 당사자의 욕구를 반영하여 최적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연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필요 시 유관 기관의 자문을 수행하고 임신 출산 당사자들을 보호하고, 타부서와 협력하여 당사자의 복지와 현실적인 지원을 모색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 뿐 아니라 성·생식 건강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 행정, 역량강화, 자격관리도 제안되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인공임신중절 임상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에서 인공인공중절 관련한 사전관리, 시술방식, 사후관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의료 현장에서의 인공임신중절의 수술 및 전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Kim et al., 2020c).
이러한 앞선 연구들을 바탕으로 시범 운영을 통해 전문상담자의 자격 및 상담 업무의 구체적인 직무 표준안을 국내 실정에 맞게 수정 보완하여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보건소와 인구보건복지협회에 파견하여 임신·출산·육아에 관한 보편적·선택적 서비스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전문성이 확보된 전문상담자를 통해 통합적인 임신위기갈등 상황에 대한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다만 임신 중지 전 상담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않으면 이용률이 낮아 전문 상담사 양성도 제한될 것이므로 상담 이용 증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 현재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임신 중지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취약 계층은 임신 유지와 중지의 경우 모두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상담 절차를 이용하면 임신 유지하거나 중지하는 각 상황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하여 상담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각 지자체별로 보건소에서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의료기관의 정보를 취합하여 관리하고 상담 이용자에게 안내하여 의료기관 접근성을 높이고 중앙정부는 상담 전문가 양성 및 기존 임산부 지원 기관과 연계하여 파견 상담을 하고 비대면 상담 등을 통해 상담 접근성을 높여 전국 단위의 효율적인 상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자보건 사업의 공익성, 지속성, 전문성,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한 적절성에 대한 평가 분석을 통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임신 출산 지원 업무들의 중복성과 분절성을 개선하여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재정비하고 위기 임신 지원이 전문성을 확보하면서도 기존의 관련 사업들과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상담시스템 뿐 아니라 피임 교육 및 의료 지원 등 인공임신중절 예방을 위한 논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결론
결론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위기 임신 갈등 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상담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모자보건법과 형법의 낙태 관련법들의 개정을 통하여 인공임신중절의 숙려기간과 상담 절차 및 임신주수의 제한에 대한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또한 분절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임신 출산 관련 상담 센터들을 재정비하고, 위기 임신 전문상담사의 양성 및 파견, 인공임신중절 상담에 따른 재정 지원, 법률적 검토를 통해 기존의 모자보건시스템을 보완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위기 임신 상담시스템 구축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이로써, 원치 않는 임신의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적 정책 지원 마련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임신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상담시스템의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여성의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상호 존중되면서 건강하고 안전한 임신·출산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Notes
저자들은 이 논문과 관련하여 이해관계의 충돌이 없음을 명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