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최근 한국의 인구구조는 대도시 집중화 현상, 사회 · 가족 변화, 산업구조 개편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인구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지난 15년간 합계 출산율이 1.3명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Statistics Korea, 2024).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거치면서 2023년 합계 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으며(Statistics Korea, 2024),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OECD, 2021).
최근 출산에 대한 신념은 가족 계획과 출산율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Ajzen & Klobas, 2013). 출산에 대한 신념은 개인이 미래에 출산을 할 의사, 욕구 또는 계획을 의미하며, 실제 출산 행위로 이어지는 선행요인이다(Richter et al., 1994). 따라서 출산에 대한 신념을 향상시키는 것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으므로(Richter et al., 1994) 출산에 대한 신념과 관련된 연구가 필요하다.
Ajzen과 Klobas (2013)는 계획된 행위이론(theory of planned behavior)을 활용하여 자녀출산 행위에 적용하고, 출산의도를 형성하는 과정을 모델로 제시하였다. 이 이론에 따르면, 출산의도는 출산에 대한 태도, 주관적 규범, 인지된 통제력을 포함한 출산에 대한 3가지 신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하였다. 출산에 대한 태도는 자녀 출산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결과를 인식하고, 이 결과에 대한 주관적인 가치 또는 평가이며, 주관적 규범은 중요한 개인이나 집단이 가진 기대에 대해 개인의 인식과 그 인식이 주변 사람과 집단을 따르려는 개인 동기와 결합하여 출산에 대한 개인의 규범이며, 인지된 통제력은 자녀를 출산할 수 있는 개인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이 요인이 출산을 쉽게 하거나 막을 힘을 가지고 있다는 개인의 인식과 결합하여 형성된다(Ajzen & Klobas, 2013). 즉, 출산에 대한 태도와 주관적 규범이 호의적이고, 인지된 통제력이 클수록 출산의지를 형성할 가능성이 더 높다.
원가족 건강성이란 개인이 성장한 가족 안에서 자율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느끼고 가족 간의 배려와 수용을 지각하는 정도를 의미한다(Choi, 1997). 원가족 건강성은 개인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Choi, 2021). 즉, 건강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개인은 결혼과 자녀 양육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가지게 됨을 의미한다. 원가족 건강성이 높으면 가족건강성이 높아졌으며, 결혼만족도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Lim & Kim, 2019). 원가족의 건강성이 높은 기혼 남녀일수록 회복탄력성이 높으며, 부부갈등 상황에서 더 효과적인 대처방식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Seo & Byun, 2019). Park과 Hong (2019)의 연구에서는 부부 적응 수준을 증진시키기 위해 원가족 건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Eo와 Youn (2017)의 연구에서는 부모의 원가족 건강성이 자녀의 자존감과 대인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이처럼 원가족 건강성은 개인의 삶 전반에 걸쳐, 특히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신념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우울은 현재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이자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우울 증상을 경험하는 개인은 결혼과 출산에 대해 부담을 느끼며, 출산 의욕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Kim & Bae, 2016). 기혼 여성의 경우 우울이 심하면 양육 능력 저하, 부부관계 불화 등으로 양육을 어렵게 인식하게 되고, 이는 후속 출산에 대한 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Baek, 2021; Choi, 2015). 또한 우울은 유전적,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데, 가족과 관련된 스트레스 사건은 우울을 악화시키는 중요 원인 중의 하나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23)에 따르면, 신체적 또는 정서적 학대, 재정 문제, 가족의 죽음 등이 우울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반면, 가족 건강성은 우울을 완화시키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가족 건강성이 높을수록 개인은 자기효능감과 독립성이 높아져 우울을 잘 극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Kang & Choi, 2016).
이러한 선행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볼 때, 원가족 건강성이 낮아지면, 우울이 심화되고, 이는 출산에 대한 신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미혼 여성의 출산율이 기혼 여성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Lee, 2020), 미래 출산 계획을 예측하기 위해 미혼 남녀를 연구대상으로 삼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기혼자는 동기나 의지가 단시간에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혼자를 대상으로 출산에 대한 신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출산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Bae, 2015; Jung, 2020; Lee, 2016), 우울이 원가족 건강성과 출산에 대한 신념 사이에서 매개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원가족 건강성이 출산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에서 우울의 매개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출산 의향을 높이기 위한 직접적이고 객관적인 해결안을 제시하고, 국내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상 및 방법
2. 연구 대상
이 연구 대상은 창원시 소재 경남대학 및 교회에 소속된 미혼 남녀 219명을 편의 추출하였다. 대상자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만 20-40세, (2) 이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연구 참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자이며, 제외 기준은 선정 기준에 충족하지 않은 자이다. 표본 수 선정을 위해 G power version 3.1.9.7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 선행연구에 근거하여(Jeong & Chae, 2021) 회귀분석에서 유의수준 0.05, 중간 효과 크기 0.10, 검정력 0.95, 독립변수 6개(일반적 특성 4문항, 우울, 원가족 건강성)를 기준으로 하였다. 산출 결과, 필요한 최소 표본 크기는 215명이었으며, 탈락률 20%를 고려하여 총 250부를 모집하였으며, 그 중 불충분한 응답을 제외한 총 219부를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다. 미혼 남녀를 만 20-40세로 선정한 이유는 결혼에 대한 고민을 가장 활발히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Park & Lee, 2022; Yoo et al., 2022).
3. 연구 도구
이 연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사용하였으며, 연구에 사용된 도구들은 원저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도구 사용에 대한 허락을 받은 후 사용하였다. 설문지는 출산에 대한 신념 23문항(출산에 대한 태도 11문항, 주관적 규범 3문항, 인지된 통제력 9문항), 우울 20문항, 원가족 건강성 16문항, 일반적 특성 4문항을 포함하는 총 63문항으로 구성되었다.
1) 출산에 대한 신념
계획된 행동이론에 기초하여 Ajzen과 Klobas (2013)에 의해 개발된 도구를 Shin 등(2020)의 연구에서 번안하여 사용한 문항을 사용하였다. 이 도구는 총 23문항으로, 출산에 대한 태도 (11문항), 주관적 규범(3문항), 인지된 통제력(9문항)의 3가지 하위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산에 대한 태도는 총 11문항으로, 각 문항은 ‘매우 나빠진다’(1점), ‘나빠진다’(2점),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다‘(3점), ‘좋아진다’(4점), ‘매우 좋아진다’(5점)의 5점 Likert 척도를 사용하였다. 점수의 합이 높을수록 자녀 출산에 대한 태도가 더 호의적임을 의미한다. 주관적 규범은 총 3문항으로, 각 문항은 ‘강력하게 동의하지 않는다’(1점), ‘동의하지 않는다’(2점), ‘동의하지도 동의 안 하지도 않는다‘(3점), ‘동의한다’(4점), ‘매우 동의한다’(5점)의 5점 Likert 척도를 사용하였다. 점수의 합이 높을수록 주관적 규범이 더 호의적임을 의미한다. 인지된 통제력은 총 9문항으로, 각 문항은 ‘전혀 아니다’(1점), ‘아니다’(2점), ‘어느 정도 그렇다’(3점), ‘매우 그렇다’(4점)의 4점 Likert 척도를 사용하여 점수화하였다. 점수의 합이 높을수록 인식된 통제력이 더 강함을 의미한다.
Shin 등(2020)의 연구에서 도구의 신뢰도 Cronbach α는 출산에 대한 태도 0.94, 규범적 신념 0.87, 인지된 통제력 0.86이었다. 이 연구에서 출산에 대한 신념의 신뢰도 Cronbach α는 전체 0.77이었고, 하위요인인 출산에 대한 태도 0.76, 규범적 신념 0.73, 인지된 통제력 0.85였다.
2) 원가족 건강성
원가족 건강성은 Hovestadt 등(1985)이 개발한 family-of-origin scale을 Choi (1997)가 한국 가족의 정서에 적합하게 수정한 척도 중 가족의 건강성을 측정하는 16문항을 사용하였다. 이 도구는 친밀감(1, 2, 5, 7, 8, 10, 12, 13, 15, 16번 문항)과 자율성(3, 4, 6, 9, 11, 14번 문항)의 2개 하위 요인으로 구성된다. 각 문항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1점에서 ‘전적으로 동의한다’ 5점의 5점 Likert 척도이다. 역문항(5, 8, 9, 11, 13)은 역채점하였다. 점수의 범위는 16점에서 80점이며, 점수의 합이 높을수록 원가족 건강성 정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Choi (1997)의 연구에서 원가족 건강성의 전체 Cronbach α는 0.92였으며, 하위요인인 자율성 0.86, 친밀감 0.87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도구의 전체 Cronbach α는 0.94였으며, 하위 요인인 자율성 0.72, 친밀감 0.93으로 나타났다.
3) 우울
우울은 Radloff (1977)가 개발한 Center for Epidemiological Studies-Depression Scale (CES-D)를 Chon 등(2001)에 의해 번역 표준화된 CES-D 한국어판을 사용하였다. 이 도구는 총 20개 문항으로, 각 문항에 지난 일주일 동안 경험했던 우울 증상의 빈도로 측정하며, 우울한 감정(7문항), 긍정적 감정(4문항), 대인관계(4문항), 신체행동 둔화(4문항)의 4가지 하위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은 ‘거의 없음(1일 이하)’(0점), ‘가끔(1-2일)’(1점), ‘자주(3-4일)’(2점), ‘거의 대부분(5-7일)’(3점)으로 점수화하였다. 점수범위는 0점에서 60점이며, 점수의 합이 높을수록 우울 정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Chon 등(2001)의 연구에서 도구의 신뢰도 Cronbach α는 0.91이었으며, 이 연구에서 도구의 신뢰도 Cronbach α는 0.91이었다.
4. 자료 수집
자료 수집은 창원시 소재 경남대학 및 교회의 식당에 모집공고문을 부착하고, 연구 참여에 관심이 있는 경우 구글폼에 접속하여 설문을 실시하도록 하였다. 자료 수집 기간은 2023년 6월 1일에서 7월 31일까지였으며, 설문조사 실시 전 대상자 선정 기준과 제외 기준을 포함하여 연구의 목적과 절차 등을 확인하도록 하였다. 또한 대상자의 익명성, 자료의 비밀보장, 설문지 작성 도중 언제든지 중도에 포기할 수 있으며, 어떠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음 등 연구윤리에 대해 설명하였다. 제시된 내용을 읽고 연구 참여에 동의하는 경우 설문조사가 시작되도록 하였다.
5. 자료 분석
수집된 자료는 IBM SPSS Statistics ver. 21.0 (IBM Co., Armonk, NY, USA)을 이용하여,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과 측정변수는 빈도, 백분율, 평균과 표준편차를 산출하였고, 각 측정도구의 내적일관성 신뢰도는 Cronbach α 값으로 제시하였다. 일반적 특성에 따른 각 변수들의 차이는 independent t-test와 1-way analysis of variance를 실시하였고, 상관관계는 Pearson correlation coefficients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매개효과 검증은 PROCESS macro (ver. 3.5) 모델 4를 사용하였으며, 매개효과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은 부트스트래핑(반복 횟수: 5,000번, 신뢰구간: 95%)을 통해 검정하였다.
결 과
1.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출산에 대한 신념의 차이
이 연구 대상의 연령은 평균 25.61±4.23세이었으며, 여성이 135명(61.6%), 남성 84명(38.4%)이었다. 교육 수준은 대학교 졸업이 132명(60.3%)으로 가장 많았으며, 직업이 있는 경우가 125명(57.1%)이었다.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출산에 대한 신념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Table 1).
Table 1
Differences in beliefs about childbearing according to the general characteristics (N=219)
2. 대상자의 출산에 대한 신념, 원가족 건강성, 우울 정도
이 연구에서 출산에 대한 신념의 평균 점수는 75.45±7.33점이었으며, 하위 요인으로 출산에 대한 태도 36.11±4.71점, 주관적 규범 10.07±2.40점, 인지된 통제력 29.26±4.45점이었다. 원가족 건강성은 평균 점수는 58.58±11.65점이었으며, 하위 요인으로 친밀감 3.62±.74점, 자율성 3.69±.78점이었다. 우울의 평균 점수는 15.02±9.13점이었다. 표본의 정규성을 검증하기 위해 왜도(skewness)와 첨도(kurtosis)를 확인한 결과, 왜도의 절댓값 범위는 0.10-0.95, 첨도의 절댓값 범위는 0.01-2.39였다. 따라서 왜도의 절댓값이 2보다 작고 첨도의 절댓값이 7보다 작게 나타나 측정변수들의 정규분포를 확인하였다(Table 2).
Table 2
Descriptive statistics of beliefs about childbearing, family-of-origin health, and depression (N=219)
3. 대상자의 출산에 대한 신념, 원가족 건강성 및 우울 간의 상관관계
출산에 대한 신념은 원가족 건강성과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으며(r=0.21, p=0.002), 우울과는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r=-0.30, p<0.001). 원가족 건강성은 우울과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0.38, p<0.001) (Table 3).
Table 3
Relationships among beliefs about childbearing, family-of-origin health, and depression (N=219)
Variable | Beliefs about childbearing | Family-of-rigin health | Depression |
---|---|---|---|
r (p-value) | |||
Beliefs about childbearing | 1 | - | - |
Family-of-origin health | 0.21** (0.002) | 1 | - |
Depression |
-0.30** (<0.001) |
-0.38** (<0.001) |
1 |
4. 원가족 건강성이 출산에 대한 신념에서 우울의 매개효과
미혼 남녀의 원가족 건강성과 출산에 대한 신념과의 관계에서 우울의 매개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SPSS PROCESS Macro model 4를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첫 번째, 원가족 건강성이 매개변수인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결과, 원가족 건강성은 우울을 14.4% 설명하였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F=36.49, p<0.001). 또한 원가족 건강성이 우울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적 영향을 주었다(B=-0.24, p<0.001). 두 번째, 원가족 건강성과 우울이 결혼에 대한 신념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결과, 원가족 건강성과 우울이 결혼에 대한 신념을 10.0% 설명하였고(R2=0.10)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F=12.05, p<0.001). 원가족 건강성이 결혼에 대한 신념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나(B=0.05, p=0.117) 우울은 결혼에 대한 신념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적 영향을 주었다(B=-0.18, p<0.001) (Fig. 1).
Fig. 1
The mediating effect of depression on the relationship between family-of-origin health and beliefs about childbearing. ***p<0.001.

세 번째, 원가족 건강성과 결혼에 대한 신념의 관계에서 우울의 매개효과를 확인하였다. 우울의 매개효과의 유의성 검증을 위해 부트스트랩(bootstrap) 5,000번에서 95% 신뢰구간의 상한 값과 하한 값 사이에 0을 포함하는지 확인하였다. 미혼 남녀의 원가족 건강성과 출산에 대한 신념의 관계에서 우울의 간접효과는 0.04로 95% 신뢰구간의 하한값과 상한값이 각각 0.01, 0.08로 두 값 사이에 0을 포함하지 않으므로, 우울의 완전 매개효과가 검증되었다(Table 4).
Table 4
Mediating effects of depression between family-of-origin health and beliefs about childbearing (N=219)
고 찰
이 연구는 미혼 남녀의 원가족 건강성, 출산에 대한 신념, 우울의 관계를 살펴보고, 원가족 건강성이 출산에 대한 신념에 미치는 관계에서 우울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시도되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다음과 같이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미혼 남녀의 원가족 건강성과 출산에 대한 신념의 관계에서 우울의 완전 매개효과가 나타났다. 즉, 원가족 건강성은 우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우울은 출산에 대한 신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원가족 건강성은 우울을 매개로 하여 출산에 대한 신념에 간접적인 영향을 나타냈다. 이는 미혼 남녀의 원가족 건강성이 출산에 대한 신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원가족 건강성이 낮아지면 우울을 증가시키고, 그 결과 출산에 대한 신념이 낮아지게 함을 의미한다. 이와 유사한 연구가 없어 선행연구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웠다. Yoo (2014)의 연구에서는 과도한 헬리콥터 부모역할을 경험한 개인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어 부모역할에 부담을 느끼고, 향후 자녀출산에서 적은 수의 자녀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불안정안 가정환경이나 양육방식에서 성장한 개인이 성인이 된 후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정서는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원가족 건강성이 낮은 미혼 남녀에게 우울을 개선시키기 위한 심리적 개입이 출산에 대한 부정적 신념을 줄이는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원가족에서 부정적 경험을 가진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우울을 예방하기 위한 전문심리 상담과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원가족이 건강한 미혼 남녀일수록 우울 수준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는 중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Chen (2024)의 연구에서 원가족 내 관계 방식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특히 부모의 과도한 징계와 제한은 자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여 우울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Chen, 2024). 원가족 기능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개인은 가족 내에서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거나(Zagefka et al., 2021) 자아존중감 저하와 같은 부정적인 심리를 야기하게 되며(Eo & Youn, 2017)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가족건강을 높게 인식할 경우 자신감과 자기통제력이 높고, 부모나 타인으로부터 독립하려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우울이 낮아질 수 있다(Kang & Choi, 2016). 이는 가족이 단순히 생물학적 관계를 넘어 개인의 정서적 성장에 기반이 되는 중요한 사회적 환경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원가족의 문제가 우울증의 원임일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원가족에서의 부정적 경험에 대한 전문 심리 상담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가족 기능의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하여 관리해야 하며, 원가족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과 함께 가족 친화적인 사회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원가족 건강성 전문적인 가족상담 및 가족 교육프로그램, 법률적 경제적 지원, 지역사회 내 유관기관과의 연결 등 원가족의 위기 유형에 따른 지원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Jang, 2018).
셋째, 우울은 출산에 대한 신념에 영향을 미쳤으며, 우울이 높아질수록 출산에 대한 신념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Baek (2021)의 연구에서 어머니의 우울감이 후속 출산 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특히 취업 여성 보다 전업주부의 우울감이 출산 계획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였다(Baek, 2021). 취업모를 대상으로 한 Choi (2015)의 연구에 따르면, 우울을 경험하는 어머니는 자녀를 부정적으로 인지하여 양육스트레스를 가지게 되어, 후속 출산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데이터 기반 조사(Carlsson & Kim, 2024)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우울증이 출산의도를 보고할 가능성과 부적 관련성이 있었으며, 특히 남성은 우울증이 출산 계획의 연기보다 출산 포기와 더 높은 관련성을 보였다. 즉, 우울은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이러한 결과는 우울이 높을 경우 인지 왜곡을 경험하여 부정적 평가를 하기 때문에(Choi, 2015) 출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울이 출산에 대한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는 남녀에게 우울 관리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미혼 남녀의 우울을 평가하고 우울 수준이 높은 대상자들에게 우울 검진 및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출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미혼 남녀에게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인된 온라인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를 통한 지원체계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미혼 남녀의 원가족 건강성과 출산에 대한 신념 간의 관계에서 우울이 완전 매개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는 원가족 경험이 개인의 정신건강과 출산에 대한 신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로를 제시함으로써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방향을 구체화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단면적 연구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원인과 결과 간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우울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분석했으나 출산 신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요인 등 다양한 변수를 충분히 통제하거나 분석하지 못했다. 또한 출산에 대한 신념 도구가 여성을 대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 남녀 모두에게 적용했을 때 신뢰성과 타당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제한점을 가진다. 향후 종단적 연구를 통해 변인 간의 인과관계를 더 명확히 검증할 필요가 있으며,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적, 경제적 요인(Kim & Bae, 2016; Kim et al., 2016) 등 다양한 변인을 포함하여 다차원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결 론
이 연구는 미혼 남녀의 원가족 건강성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에서 우울의 매개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시도되었다. 연구 결과, 원가족 건강성이 미혼 남녀의 출산에 대한 신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우울을 매개로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우울이 원가족 건강성과 출산에 대한 신념 간의 관계를 완전히 매개한다는 결과는 우울 관리가 출산에 대한 긍정적 신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미혼 남녀의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우울증 예방을 위한 정신과적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더불어 원가족 건강성이 성인기 심리적 안정에 미치는 중요성에 대해 사회적 인식을 강화하고, 특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혼 남녀의 정신건강과 출산 관련 지원을 포함한 통합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