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생아집중치료실 의료진의 가족 중심 케어 필요성 인식과 운영 현황
Perceived Needs and Current Practices of Family-Centered Care Among Health Care Providers in Korean Neonatal Intensive Care Units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identify the perception and current practices of family-centered care (FCC) among Korean neonatal intensive care unit (NICU) staff.
Methods
This was a cross-sectional nationwide survey. A questionnaire was administered to 264 staff working in Korean NICUs. The Italian version of the Family-Centered Care Questionnaire-Revised for NICU (FCCQ-R@it-NICU) was used to investigate the needs and current practices of FCC.
Results
The total mean (±standard deviation) score of the needs dimension was significantly higher that of the current practices dimension (3.91±0.22 vs. 3.32±0.30, p<0.001). The largest difference between needs and current practices was found in the comprehensive support for NICU staff domain (4.07±0.39 vs. 3.04±0.58, p<0.001). The response to the needs dimension showed significant higher scores among medical staff aged 38 years or older (p=0.029), those with parental experience (p=0.010), and those worked in NICUs more than 10 years (p=0.024).
Conclusion
Korean NICU medical staff seem to be aware of the need for FCC implementation and recognize that the current state falls short of the ideal FCC. Developing a hospital system and providing sufficient education to medical staff will promote the performance of FCC and contribute to its successful implementation.
서 론
의료 기술의 발달로 어린 미숙아들의 생존 가능성이 과거보다 더 높아지면서, 미숙아의 신생아 집중치료실(neonatal intensive care unit, NICU) 입원 기간이 길어져 미숙아의 NICU 입원 기간은 중간값이 최대 88일까지 보고되고 있다(Manuck et al., 2016).
NICU 입원 중 아기들은 짧은 면회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부모와 분리되어 지내는데, NICU 환경에서 과도한 소음과 빛, 통증, 의료적 처치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Bieleninik & Gold, 2014). 이러한 자극의 반복적 노출은 미숙아의 뇌 구조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미숙아가 성장한 후 발생하는 인지장애, 학습부진, 주의력 결핍 증후군, 행동장애, 뇌신경 발달지연, 뇌성마비 등의 인지 · 행동 장애를 수반하는 다양한 신경감각장애 문제와 연관될 수 있다(Nyman et al., 2017; Sucksdorff et al., 2015). 특히 임신 나이 28주 미만 초극소 미숙아의 경우 NICU 입원 기간 중 80%의 시간을 인큐베이터나 워머 등 의료기계에 누워서 다른 사람들과 분리되어 혼자 보내게 되며, 그나마 적은 상호작용의 대부분은 NICU 의료진과 이루어진다. 이러한 환경은 모아 상호작용의 결핍을 초래하고, 부모와의 애착 형성을 지연시키며 그 영향력은 아동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Hornman et al., 2016). 미숙아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이러한 분리로 인해 정서적으로 죄책감, 상실감, 슬픔, 절망, 실망감 등의 감정을 경험하게 되고(Fernández Medina et al., 2018; Im & Park, 2024), 자신의 아기를 위한 치료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체가 되지 못함에 따라 아기에 대한 통제감을 상실하게 되고 자신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Franck et al., 2019).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NICU 돌봄 모델을 의료진 중심에서 가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고(Wreesmann et al., 2021), 이것이 바로 가족 중심 케어(family-centered care, FCC)의 개념이다. FCC는 1950–1960년대 북미와 서구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환자 권리운동과 부모의 아동 돌봄 권리에 대한 인식 변화 속에서 태동하였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신생아 및 소아 전체의 치료 영역에서 확산되었다. 특히, 미숙아 치료에서 부모-영아 간 상호작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서구에서는 FCC가 NICU의 핵심 철학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FCC의 의의는 단순히 부모의 방문을 허용하는 것을 넘어, 부모를 미숙아 치료의 ‘주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의료진과 동등한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치료의 계획, 실행, 평가 전반에 참여하도록 보장하는 데 있다(Wreesmann et al., 2021). FCC의 목적은 환자 및 가족의 만족과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며, 4가지 핵심 개념으로 (1) 신생아 환자와 가족에 대한 존중과 존엄성 보장, (2) 치료와 관련된 정보의 충분한 공유, (3) 치료 및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가족들의 참여 보장, 그리고 (4) 환자-가족-의료진 간의 협력적 관계 구축을 포함한다(Hill et al., 2018).
선행연구에 따르면, FCC는 미숙아와 미숙아 부모의 상호작용을 증진시켜 애착을 증가시키고(Kutahyalioglu & Scafide, 2023), 미숙아의 신체 성장과 신경 인지 발달을 개선하며, 감염률 감소, 여러 질환의 이환율과 사망률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Gooding et al., 2011; Lehtonen et al., 2020). 뿐만 아니라 FCC가 신생아 집중 치료 기간 중 부모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감소시키고 퇴원 후 돌봄에 대한 자신감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Lester et al., 2014; van Veenendaal et al., 2020). 이외에도 많은 연구들이 NICU에서의 FCC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뒷받침하며, FCC가 미숙아와 그들의 부모에게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였다(Lehtonen et al., 2020; Lester et al., 2016; Vohr et al., 2017).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의료진과 가족 모두에게 FCC의 개념이 생소하다. 한국의 NICU들은 가족들의 면회에 매우 제한적인 규정을 두고 있어, 짧고 정해진 시간 동안에만 아기를 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이 마저도 감염 등의 외부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또한, 가족들은 NICU에 입원 중인 아기들의 치료와 돌봄 과정에 거의 참여할 수 없다. 아기를 만지거나, 젖병을 물려주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기본적인 돌봄 활동조차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엄격히 통제되거나 아예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족들이 아기의 회복 과정에 능동적으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단순히 관찰자의 역할에 머물러야 하는 현실적인 한계를 야기한다. 이에 이 연구는 이러한 국내 FCC의 현황 및 필요성에 대해 NICU 의료진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조사하고자 하였다.
대상 및 방법
1. 연구 설계 및 자료수집 기간
이 연구는 단편적 서술 조사연구이며, 자료수집 기간은 2024년 1월 22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였다.
2. 연구 대상
이 연구의 대상자는 국내 수도권에 위치한 NICU를 운영하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중 연구 참여에 동의한 NICU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하였다. NICU에서의 근무 경력이 6개월 미만인 의료진은 제외하였다.
3. 연구 도구
이 연구의 도구는 자가보고형 설문지이며, 응답자 기본 특성과 FCC 필요성 인식 및 운영 현황을 평가하기 위한 총 97문항을 포함한다. 대상자의 기본 특성은 총 9문항으로 모두 연구자가 개발하였다. 문항은 성별, 연령, 자녀 양육 경험, 최종 학력, NICU 근무 경력, 근무 기관 지역, 기관의 가족 면회 시간, FCC 의 교육 경험, FCC의 교육 필요성에 대한 문항으로 구성하였다.
FCC 필요성 인식과 운영 현황은 Dall'Oglio가 Bruce (Bruce & Ritchie, 1997)의 도구를 NICU 환경에 맞게 수정한 Italian version of the Family-Centered Care Questionnaire-Revised for NICU (FCCQ-R@it-NICU) (Dall'Oglio et al., 2022) 영문 버전을 원저자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뒤 전달받아 사용하였다. 이를 영어와 한국어가 능통한 신생아 전문의가 한글로 번역한 후, 한글로 번역된 문항의 검증을 위해 미국에서 간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임상 경력이 있으면서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간호대학 교수가 다시 영어로 역번역하였다. 연구자들은 역번역된 도구를 원래의 영문 원 도구와 비교하면서 본래의 의미 전달에 왜곡이 없게 번역이 되었는지 확인하였고, 이후 번역본을 완성하였다.
해당 도구는 9개의 하부영역, 가족의 불변성(family as the constant), 부모와의 협력(collaboration between parents and professionals), 개별적 접근(recognize family individuality), 부모와 정보 나누기(share complete information), 발달 요구 충족(understand the developmental needs), 부모들 간의 자조(parent-to-parent support), 부모에 대한 정서적 및 재정적 지원(emotional and financial support), 병원 시스템의 설계(design of health care system), 의료진에 대한 포괄적 지원(comprehensive support to staff)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구는 FCC의 요소에 대해 설명하는 총 44개의 진술문을 제시하되, 두 종류의 질문을 통해 필요성 인식과 운영 현황을 구분하여 평가한다. 필요성 인식은 해당 요소에 대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인식하는지’를, 운영 현황은 소속 기관에서 ‘어느 정도 수행하는지’를 질문하고, 응답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1점에서 ‘매우 그렇다’ 5점까지의 Likert 척도로 응답한다. 총 문항 수는 필요성 인식 44문항과 운영 현황 44문항이며, 총점은 문항 간 평균으로 산정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FCC에 대한 필요성 인식 또는 운영 현황의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 도구의 개발 당시 신뢰도는 Cronbach alpha로 평가하였으며, 필요성 인식은 0.92, 운영 현황은 0.91이었다(Dall'Oglio et al., 2022). 이 연구에서 번역본의 신뢰도는 필요성 인식은 0.73, 운영 현황은 0.79이었다.
4. 자료수집 방법
이 연구의 자료수집은 연구자 소속기관의 연구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2023-11-051-000)을 받은 이후 이루어졌다. 대한신생아학회 운영진에게 연구의 취지와 목적을 설명하고 협조를 받아 등록된 회원 명단을 확보하였다. 이후, 온라인서베이 업체를 통하여 NICU 근무 경력 6개월 이상인 의료진을 대상으로 연구참여 설명문과 동의서가 포함된 Google 설문지를 발송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연구 참여 설명문과 동의서를 확인 한 뒤, 설문 첫 문항에 동의 여부를 선택하고, 이후 설문을 수행하였다.
5. 자료 분석 방법
수집된 자료는 IBM SPSS Statistics ver. 29.0 (IBM Co., USA)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대상자의 기본 특성, FCC 필요성 인식 및 운영 현황에 대한 기술 통계는 빈도와 백분율, 평균과 표준편차를 이용하였다. FCC의 9개 영역별 필요성 인식과 운영 현황의 점수 차이는 Wilcoxon signed-rank test를 수행하였다. 응답자의 기본 특성에 따른 FCC 필요성 인식 및 운영 현황의 차이는 Mann-Whiteney U-test와 Kruskal Wallis test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모든 검정은 α=0.05와 2-tailed test로 수행하였고 p<0.05를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 과
1. 대상자의 기본 특성
대상자의 기본 특성은 Table 1에 제시하였다. 이 연구의 총 대상자는 264명이었으며, 대부분 여성이었다(98.5%). 대상자는 30대 중반이 많았고(37.2±6.3세), 3분의 2에서 자녀 양육 경험이 있었다(63.3%). 최종 학력은 대졸이 가장 많았고(59.8%), NICU 임상 경력은 반 이상이 평균 10년 이상이었다(51.5%). 기관이 위치한 지역은 서울이 다수였고(74.6%), 기관의 보호자 하루 평균 면회 시간은 73.6분이었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FCC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으며(93.2%), 절반 정도만이 FCC에 대해 교육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53.0%).
2. FCC 필요성 인식 및 운영 현황
FCC 9개 영역별 필요성 인식 및 운영 현황의 평균과 차이는 Table 2에 제시하였다. FCC 필요성 인식의 전체 평균 점수는 3.91±0.22이었으며, 9개 영역 가운데 ‘의료인에 대한 포괄적 지원’(4.07±0.39)에 대한 요구도가 가장 높았고, ‘부모들 간의 자조’(3.64±0.53)에 대한 필요 정도가 가장 낮았다. FCC 운영 현황의 전체 평균 점수는 3.32±0.30로 필요성 인식 평균 점수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으며(p<0.001), ‘부모에 대한 정서적 및 재정적 지원’(3.65±0.47)의 현황 점수가 가장 높았고, ‘부모들 간의 자조’(2.83±0.71)가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 가장 낮았다. 9개 영역 가운데 총점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필요성 인식의 점수가 운영 현황의 점수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으며, 점수 차이가 가장 큰 영역은 ‘의료진에 대한 포괄적 지원’(z=13.235, p<0.001)이었고, ‘부모에 대한 정서적 및 재정적 지원’(z=8.154, p<0.001)에서 점수 차이가 가장 적었다.
3. 대상자의 기본 특성에 따른 FCC 필요성 인식과 운영 현황 차이
대상자의 기본 특성에 따른 FCC 필요성 인식과 운영 현황 차이는 각각 Table 3 과4에 제시하였다. 먼저 FCC 필요성 인식은 대상자의 연령, 자녀 양육 경험, NICU 임상 경력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연령이 38세 이상인 경우(3.95±0.16 vs. 3.90±0.26, z=2.181, p=0.029), 자녀 양육 경험은 있는 경우(3.95±0.17 vs. 3.87±0.29, z=2.585, p=0.010), 경력이 10년 이상인 경우(3.89±0.26 vs. 3.95±0.17, z=2.251, p=0.024)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여 FCC 필요성 인식 점수가 더 높았다. FCC 운영 현황의 경우는 기본 특성에 따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고 찰
이 연구는 국내 NICU 의료진을 대상으로 FCC 필요성 인식과 운영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수행된 최초의 연구이다. 이 연구의 결과를 통해 다음의 논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이 연구의 응답자들은 FCC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외국에서 시행된 선행연구와 비교하여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된 세 편의 선행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이탈리아 NICU 의료진의 경우 4.07점(Dall'Oglio et al., 2022), 아일랜드 소아병동 간호사 대상 연구에서는 4.39점(Coyne et al., 2013), 미국 캘리포니아 NICU 근무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4.40점 (Franck et al., 2021)으로 이 연구 결과인 3.91점보다 모두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국내 NICU 의료진의 FCC 필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이 아직 국외보다 낮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 연구에서 FCC 필요성 인식과 운영 현황에 대한 내적 신뢰도가 선행연구에 비해 낮았는데, 이 역시 FCC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한 경우 문항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응답에 어려움을 경험하였을 가능성이 있다(Nimon et al., 2012).
다만, FCC 영역별로 필요성 인식 점수가 차이가 있었는데, ‘의료인에 대한 포괄적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가장 크다고 응답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외국의 선행연구에서 ‘가족에 대한 개별적 접근’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고한 연구 결과와 차이가 있다(Alabdulaziz et al., 2017; Coyne et al., 2013; Dall'Oglio et al., 2022; Franck et al., 2021). 의료인에 대한 포괄적 지원에는 지속 교육 제공, NICU 전문성에 대한 인정, 추가 인력 지원 등이 포함되는데, 기관 차원의 이러한 지원은 의료진이 FCC를 운영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FCC에 대해 이해하고 지지하는 기관의 치료문화와 정책이 전제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의료진에게 부모와 협력하는 기술을 향상시키는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FCC를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Lee, 2024). 반면, FCC 운영 현황의 평균 점수를 선행연구와 비교했을 때, 이탈리아 연구(Dall'Oglio et al., 2022)보다는 높았으며, 아일랜드(Coyne et al., 2013)와 미국 연구(Franck et al., 2021)보다는 낮은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FCC는 국가별 지역별 의료체계가 다른 경우, 운영도 상당히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FCC의 모든 영역에서 의료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현황보다 높은 점수를 보였는데, 이는 선행연구의 결과와 유사하다(Coyne et al., 2013; Dall'Oglio et al., 2022; Franck et al., 2021). 이것은 FCC에 대한 의료진의 관심도는 높지만, 이를 임상 현장에서 FCC를 구현하는 데에 여러 장애요인이 있음을 시사한다. 병원 차원에서 부모의 치료 참여를 지원하는 정책을 갖추어야 하며, 부모가 NICU를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치료 문화와 시스템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여 임상현장에서 FCC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먼저, 병원 환경 차원에서도 산부인과 병동과 NICU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NICU 내에 부모가 머무를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부족한 점도 FCC를 도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데(van Veenendaal et al., 2022), 실제로 우리나라 NICU의 병상당 면적은 외국과 비교하여 약 3배 이상 작다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어(Lee & Park, 2024), 부모의 면회 제약을 줄이더라도 공간의 부족으로 면회객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Lee et al., 2014). 또한 coronavirus disease 2019와 같은 판데믹으로 감염 관리가 강화되었을 때, 개방된 하나의 공간에 여러 명의 아기를 함께 치료하는 현 국내 NICU의 구조는 FCC를 구현하기 어려운 중요한 장애물이 된다. FCC가 잘 정착된 서구의 NICU들은 독립된 가족실에서 한 아기와 그 가족만 머무를 수 있으므로 판데믹 시기에도 부모의 방문을 제한하지 않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NICU에서 근무하는 의료 인력 차원에서는 부족한 인력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가 FCC 구현에 방해가 될 수 있다(Heidari et al., 2020). 미국 소아과 학회의 지침에 따르면 집중치료를 요하는 신생아의 경우 간호사 1인당 1–2명을 권장하며, 중등도의 신생아에 대해서도 1인당 2–3명을 권장하지만(Shin, 2008), 우리나라의 경우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간호사 1인당 3–4명을 배정받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Kim et al., 2021; Yu, 2011).
이러한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정책적 차원의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병원에서는 감염관리를 유지하면서도 부모의 자유로운 NICU 출입을 보장할 수 있는 유연한 면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간 내에 독립된 가족실을 완비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나, 개방형 구조에서도 커튼이나 물리적 차단 장치를 활용하여 일정 수준의 독립적 공간을 부모에게 제공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NICU 내에 최소한의 가족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제도 도입도 고려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부모가 장시간 머무를 수 있는 가족 중심 공간(가족 대기실, 수유 공간, 형제들의 놀이방, 심리 상담 공간 등)을 NICU 내외에 확충함으로써 치료 과정 전반에서 아기의 부모와 가족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생아 전문간호사 및 관련 인력의 확충을 위한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과 인력 양성 정책이 동반되어야 하며, 임상 현장에서 FCC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 혹은 대표 학회 차원의 표준화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해당 지침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혹은 학회 차원의 모니터링 체계나 지속 가능한 운영 지원 방안이 병행되면 좋을 것이다.
FCC의 필요성 인식과 운영 현황 모두에서 가장 점수가 낮은 영역은 ‘부모들 간의 자조’였는데, 이는 선행연구와 유사한 결과이다. Alabdulaziz 등(2017)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 연구에서 응답자들은 비슷한 경험을 하는 부모들이 서로 걱정 사항을 논의하도록 격려하거나 그들의 형제, 자매의 관심사를 확인하는 것이 FCC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Weber 등(2022)의 연구에서도 미국의 NICU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한 결과, FCC의 여러 요소들 가운데 형제, 자매를 포함한 가족들 간 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의 빈도가 13.6%–17.5%로 매우 낮았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에서 FCC 필요성 인식 점수는 연령이 많고, 자녀 양육 경험이 있는 경우, 그리고 NICU 임상 경력이 10년 이상이 경우 높았는데, 이는 선행연구와 유사한 결과이다(Dall'Oglio et al., 2022; Vittner et al., 2022). 연령이 많고 자녀 양육 경험이 있는 의료진은 개인적 경험에 기반하여 부모가 겪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더 깊이 공감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오랫동안 현장에서 다양한 가족들과 상호작용하며 FCC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경험이 있을 수 있다.
이 연구는 다음의 제한점을 갖는다. 먼저, 수도권 NICU 근무 의료진들을 대상하였기에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변수 간의 관계성을 밝히는데 있어, 교란 변수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였다. 특히, 응답자의 직군, 소속 기관의 병상수나 NICU 간호 등급과 같은 변수들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 론
이 연구는 수도권의 NICU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FCC의 필요성 인식과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자 수행되었다. 이 연구의 분석 결과, FCC의 필요성 인식 및 운영 현황 모두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였다. 성공적인 FCC를 위해서 필수 요소 가운데 의료진에 대한 포괄적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반면, 운영 현황은 매우 미흡하였다. 부모들 간의 자조는 필요성 인식과 운영 현황 모두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응답자의 기본 특성 가운데 연령, 자녀양육 경험, 10년 이상의 NICU 임상 경력이 FCC 필요성을 더 높은 수준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FCC 운영 현황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먼저, NICU 의료진 대상 FCC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제공되어야 한다. 의료진 대상의 다양한 계속 교육 콘텐츠에 FCC 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키고, 대면교육뿐만 아니라 온라인 교육을 통해서도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넘어 학습 접근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각 기관은 주어진 NICU 환경에서 FCC 적용을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기획하고, 특히 가족과 의료인의 상호 협력적 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나 지자체가 한국 NICU 환경에서 FCC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적, 환경적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개입과 자원의 투입이 필수적이다. 향후에는, 이러한 지원과 자원의 효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의료진의 FCC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와 타당한 효과 지표 개발 및 관련 영향 요인 탐색 등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며, 국내 FCC가 도입되었을 때의 변화에 대한 과학적 평가 또한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Notes
저자들은 이 논문과 관련하여 이해관계의 충돌이 없음을 명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