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는 유례없는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Son, 2020). COVID-19의 확산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 위기이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이 불가피한 맞벌이 가정은 COVID-19의 확산과 장기화로 인해 전업주부 혹은 육아휴직 중인 가정과는 다른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정부는 COVID-19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도입하였고, 가능한 재택근무를 하도록 권고하였으며, 학교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정책으로 맞벌이 가구도 같은 공간에서 일과 양육을 함께 하느라 어려움이 가중되었다(Choi et al., 2020)
2020년 교육부는 학생의 안전 확보 및 COVID-19의 사회적 확산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1학기 초등학교의 개학을 여러 차례 연기하다가 결국 2020년 4월 온라인 개학을 하여 원격 수업이 진행되었고, 6월이 되어서야 초등학교 전 학년의 격일제 또는 격주제 등교가 시작되었다(Ministry of Education, 2022). 그러나 COVID-19 감염의 확진자 발생 여부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따른 초등학생의 전면 등교나 등교 중단 결정과 같은 학사 운영의 변경은 2021년 2학기까지 지속되었다(Ministry of Education, 2022). 이 과정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등교 수업과 원격 수업을 병행하게 되었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던 방과 후 교육과 돌봄의 축소나 중단으로 자녀를 돌봐 줄 사람을 찾느라 혼란을 겪게 되었다(Kim, 2021).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가 제대로 일어났는지 혹은 원격 수업에 접속은 잘했는지, 수업은 듣고 있는지 걱정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COVID-19 감염병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Coyne et al., 2020).
한편, 간호사는 환자 간호를 위해 직 · 간접적으로 환자와 접촉하게 되므로, 일반인보다 COVID-19에 걸리기 쉬워 가족을 감염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불안감이 높았다(Arnetz et al., 2020; Kalateh Sadati et al., 2021; Sohn & Han, 2020). 3교대 근무 간호사는 근무에 규칙성이 보장되지 않은 교대 근무와 잦은 야간 근무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고 자녀 돌봄을 포함한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유지해내는 일반적인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Kim et al., 2018; Lee & Jang, 2013). 그런데 일반적 상황 속 어려움만이 아니라 COVID-19 팬데믹 특수 상황이 더해지면서 자녀 양육 형태의 변화와 감염 위험성, 낙인화, 교대 근무 등 적응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여러 가지 불안감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Lee & Jang, 2013).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COVID-19 팬데믹은 간호사에게 COVID-19 감염에 대한 불안감, 감염관리 업무량 증가에 따른 직무 스트레스를 증가시키었으며 이러한 스트레스는 소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Yom et al., 2017). 또 간호사의 소진은 근무 의욕 감소나 이직 등을 초래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환자의 치료와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Jalili et al., 2021; Jun et al., 2021).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대상으로 양육 경험을 확인하는 이유는 발달단계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는 다른 연령군과 비교하여 보호자의 돌봄과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COVID-19 팬데믹으로 학교가 폐쇄되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을 때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들은 부모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이들의 양육 경험을 조사하면 학교 폐쇄와 원격학습으로 인한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여자인 3교대 근무 간호사들은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불규칙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의 돌봄과 관련하여 간호사 부모들이 직면하는 도전과 조화를 파악할 수 있다.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이러한 돌봄과 근무의 균형을 맞추는 경험은 중요한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이 연구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3교대 간호사 중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의 양육 경험을 통해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학교 폐쇄 및 원격학습으로 인한 도전 그리고 간호사 부모들의 변화된 양육 경험의 구조와 의미를 총체적이고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탐색하고자 한다.
대상 및 방법
1. 연구 설계
이 연구는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에서 3교대 근무 간호사의 초등학생 자녀양육 경험 변화의 의미에 중점을 두고 본질을 파악하고 탐색하기 위해 Colaizzi (1978)의 현상학적 방법을 적용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 참여자
이 연구의 참여자는 서울, 경기, 충남에 거주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에서 3교대 근무를 하며 면담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1명 이상 둔 간호사이다. 참여자 모집은 연구의 목적과 기준을 동료간호사에게 설명하여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소개받았고, 그 참여자가 다음 참여자를 소개해주어 모집하는 방식인 눈덩이 표집법(snowball sampling)을 사용하였다. 참여자들에게 연구의 목적과 진행 절차를 설명한 후 스스로 면담에 참여하겠다고 밝히고 동의서에 서면동의를 한 사람을 참여자로 최종 선정하였다.
참여자의 선정 조건은 상급종합병원에서 10-20년 이하의 임상 경력이 있는 간호사로서, 부부가 맞벌이 근무를 하며 본 연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녹음과 필사 사실을 알고 참여에 동의한 자이다. 임상 경력이 10-20년 이하의 간호사로 한 이유는 병원 업무에 대한 숙련도 및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 자녀를 둔 간호사로, 2020년 여성의 초혼 연령 30.8세(Statistics Korea, 2021)를 기준으로 하여 출산할 수 있는 기간을 고려하였다. 근무 형태 및 직급에 따른 양육 경험의 차이를 배제하기 위하여 낮 근무 간호사와 2교대 간호사, 수간호사는 제외하였다.
3. 자료 수집
자료 수집은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이루어졌다.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COVID-19 팬데믹 상황을 고려하여 연구자는 1명을 먼저 면담한 자료를 가져오면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공동 연구자들이 모여 분석을 한 후, 다음 참여자에게 어떤 질문을 더 할지를 논의하였다. 1주 후에 다른 연구자 2명이 각각 참여자 1명씩을 면담한 후 다시 분석하는 방식으로 면담-분석-면담을 하였다.
자료 수집은 참여자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심층면담을 통해 이루어졌다. COVID-19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을 고려하여 전화 면담 외에 Zoom을 통한 비대면 면담으로 진행하였다. 면담 시 참여자의 경험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연구자 1인과 참여자 1인의 1:1 면담을 하였다. 연구자는 면담 전 신뢰 관계를 형성하여 심층 면담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였으며 면담 시작 전에 연구 목적, 비밀 보장, 면담 내용 녹음에 대한 사전 설명 후 동의서에 서명하면 면담과 녹음을 진행하였다. 매번 면담이 종료된 후 녹음된 내용은 필사하고, 연구의 단계별 추진 일정에 따라 매주 1회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인터뷰 내용 분석, 결과 도출, 결과 논의 및 해석을 위해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쳤다. 면담 후 필사한 내용을 연구원들이 다같이 읽으면서 충분히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면담을 하였다. 면담 내용을 전지에 적은 후 벽에 붙여 함께 읽으면서 순환적으로 주제 검토를 하였으며 새로운 주제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을 때 자료의 포화상태로 판단하여 참가자의 모집을 중단하였다.
면담은 개방형 질문으로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양육 경험 변화의 의미에 중점을 두고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주 질문과 부가 질문을 준비하여 면담하였으며, 1회 면담 시간은 평균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렸다. 주 질문은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초등학생 자녀를 돌봄에 있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이다.
부가 질문은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양육 관련 불안을 느끼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COVID-19 팬데믹 상황에 3교대 근무를 하는 것이 자녀 양육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요?”,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간호사이기 때문에 경험한 양육 어려움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원격 수업을 한 경우 자녀의 돌봄은 어떻게 하셨나요?”이다.
참여자의 경험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경청하며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였고, 준비된 질문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격려하였다. 면담이 종료되어 가는 시점에 참여자가 하지 못한 이야기나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확인한 후 종료하였다.
4. 자료 분석
이 연구의 자료 분석은 현상학적 접근방법 중 참여자로부터 기술된 내용에서 명확한 의미를 찾고 그 현상의 본질을 정확하게 진술하도록 하고 분석과 해석의 신뢰성(credibility)을 위해서 Colaizzi (1978)의 7단계에 따라 분석하였다.
첫 번째 단계는 각 참여자의 면담 내용의 필사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고 느낌을 얻었다. 두 번째 단계는 참여자들 간의 반복적인 진술, 강조되는 내용, 연구자가 판단하기에 참여자의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인 자녀를 양육하면서 경험의 변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확인하고, 참여자 진술에서 추출된 의미 단위들을 엑셀 파일에 옮겨 정리하였다. 세 번째 단계는 의미형성 단계로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3교대 간호사의 양육 경험 변화의 중요 진술을 읽고 논의하면서 연구자의 언어로 표현하였다. 이때 원자료와 연결이 단절되지 않도록 원자료를 보며 검토하였다. 네 번째 단계는 위의 세 단계의 작업을 한 차례 더 반복하면서 주제 묶음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의 양육에 관한 가정을 인식하고 괄호 치기(bracketing) 한 후 양육 경험의 변화에 관한 개념, 주제, 범주들을 정리하였다. 주제가 도출된 인터뷰 내용과 주제를 전지에 붙인 후 주제별로 두 명의 연구자가 연구 자료를 보면서 더 적절한 주제로 수정하였고, 이를 책임연구자와 재논의와 삼각 검증을 하였다. 다섯 번째 단계는 COVID-19 팬데믹 상황으로 변화된 양육 경험에 대한 포괄적인 기술을 하였다. 여섯 번째 단계는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3교대 간호사의 양육 경험 변화에 대한 포괄적인 기술을 연구 주제로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한 진술로 바꾸는 작업을 하였다. 마지막 단계는 타당성 확인으로, 참여자 중 한 명에게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참여자의 경험이 올바르게 기술되었는지 등을 검토 받았다. 참여자는 이 연구 결과를 확인하고 자신의 이야기가 모두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5. 연구의 엄밀성 확보
이 연구의 질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연구자들은 박사과정 수업에서 질적 연구방법론을 수강하였을 뿐 아니라, 질적 연구 특강도 수강하면서 면담 기법과 질적 자료를 분석하는 방법을 훈련하는 등 연구자의 준비를 하였다. 연구책임자는 질적간호연구학회의 평생회원으로 질적 연구 논문을 다수 출판한 바 있다. 이 연구의 질을 확보하기 위하여 Guba와 Lincoln (1981)이 제안한 질적 연구의 기준을 Sandelowski (1986)가 네 가지 질적 연구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 신뢰성, 감사 가능성, 적합성, 그리고 확인 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연구의 엄밀성을 확보하였다. 첫째,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참여자의 면담 내용을 녹음한 후 모두 필사하고, 전체 필사본을 연구자들이 함께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의견을 나누었고 분석된 결과에 대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없는지 여러 차례 확인하였다. 또한, 분석 결과와 참여자의 양육 경험 내용의 일치성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신뢰성을 높였다. 둘째, 감사가능성을 위해 연구 설계 방법, 연구 참여자 모집 과정, 자료수집 절차에 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였고 도출된 주제들과 실제 자료와의 관련성을 제시하고 독자가 검증할 수 있도록 연구 결과의 주제 부분에 참여자의 진술을 기술하였다. 셋째, COVID-19 팬데믹 상황 속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3교대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여 양육 경험에 대한 현상을 심층적이고 총체적으로 기술하였으며, 자료의 수집은 참여자 진술을 통해 새로운 주제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포화상태에 이를 때까지 진행하여 연구의 적합성 확립을 위한 노력을 하였다. 넷째, 확인 가능성은 참여자들의 경험과 의견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연구자의 선입견과 편견을 괄호치기(bracketing) 하고 참여자들의 양육 경험을 중립적으로 유지하였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면담 과정과 분석 과정에서 연구자의 편견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연구가 종료될 때까지 유지되도록 하였다. 또한 질적 연구 전문가인 책임연구자에게 분석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확인하였으며 도출된 주제, 주제 모음, 범주가 참여자의 경험을 잘 반영하고 표현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이 연구의 결과를 참여자에게 확인하게 한 결과 참여자의 양육 경험이 잘 표현되고 대부분이 일치하였다. 이상과 같이 이 연구는 신뢰성, 감사 가능성, 적합성, 확인가능성을 확립하였기에 연구의 엄밀성이 확보되었다고 볼 수 있다.
6. 윤리적 고려
이 연구는 연구 참여자 보호를 위하여 연구수행 전에 연구계획서에 대한 순천향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심의와 승인(No. 1040875-202109-SB-084)을 받은 후 진행하였다. 연구자는 면담을 진행하기에 앞서 참여자와 직접 만나 연구자의 신분과 연락처, 연구 제목, 연구 목적과 절차를 서면으로 제시하고 고 설명하여 자의적으로 동의를 받고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모든 사항은 익명으로 처리하였다. 면담 내용은 결과 보고에만 사용할 것이며 그 외의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연구가 종료된 후 3년간 보관을 한 후 폐기됨을 설명하였다.
결 과
이 연구에는 총 6명의 3교대 간호사가 참여하였으며 면담 당시 평균 연령은 39.2세(35-42세)로 근무 경력은 평균 16.7년(13-19년)이었고, COVID-19에 감염 경험이 있는 참여자는 1명이었고, 가족은 감염이 되지 않았다. 다른 참여자 및 참여자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감염 경험이 없었다. 참여자의 배우자 연령은 평균 42.5세(38-47세)였고 참여자의 자녀 10명의 평균 연령은 7.3세이었다. 두 명의 참여자만 1명의 초등학교 자녀가 있었으며, 다른 네 명의 참여자는 초등학교 1학년인 1명의 자녀를 포함한 두 명의 자녀가 있었다. 참여자들 자녀의 돌봄은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대부분이었고, 참여자 1명은 도우미가 없었고 다른 한 명은 외부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1).
Table 1.
참여자 6명에 대한 심층 면담 자료를 Colaizzi (1978)의 현상학적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의미 있는 진술은 총 178개로부터 13개의 주제가 도출되었고, 이들은 다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는 5개의 주제 모음으로 통합되었다. 5개의 주제 모음은 ‘간호사 엄마로서 고군분투’, ‘힘이 되는 존재감’, ‘힘겹게 자녀 학습 활동 이어가기’, ‘혼돈의 상황 속 부모 역할’, ‘물리적 안전을 추구함’으로 이들은 시달림, 조정, 육아, 모색의 4가지 범주로 나타났다(Table 2).
Table 2.
1. 주제 모음 1: 간호사 엄마로서 고군분투
간호사인 참여자들은 본인이 감염의 매개체로 가족에게 전파시키거나 병원 직원에 전파를 시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지역사회로의 파급을 염려하며 항상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팬데믹 상황 속 간호사인 자신들에 대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들과 낙인으로 인해 위축되는 마음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간호사로서 그리고 아이의 양육자로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1) 감염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참여자들은 간호사인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과 환자의 감염 연결고리로서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늘 불안함을 안고 위태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제가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굉장히 컸어요. 그렇게 될 확률이 아주 큰 직업이라 우리 가족과 내 아이에게 다른 피해를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더 불안하긴 했었죠”(참여자 5).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제가 병원을 다니는 입장이라서 불특정 다수를 접촉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혹시나 제가 코로나에 걸려서 아이한테 옮길까봐. 아이 학교 쪽에 피해를 줄까 그게 제일 걱정이긴 하죠”(참여자1).
“아무래도 제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이 되면 저와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도 노출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된다고 하면 일단은 응급실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생기고)… 누구 하나가 자가 격리자가 되어버리면 그 사람과 밀접 접촉했던 사람들은 또 관찰 대상이 되고, 이런 식의 파급으로 응급실이 문을 닫아버리면 지역사회에 있는 환자들이 갈 데가 없잖아요. 나 하나는 괜찮은데 나로 인해서 생기는 파급 효과가 응급실은 너무 크니까…”(참여자 2).
2) 온몸에 전달되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
참여자들은 감염병 최전선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자신을 주변에서 기피하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면서 스스로가 위축되어 있었다. 아이 친구들의 부모님과 주변인에게 직업을 숨기게 되는 불편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COVID-19에 감염이 되었던 참여자3은 완치 후에도 본인, 아이, 배우자 모두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일상생활에 복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팬데믹이 오면 메르스 때도 그랬지만,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감염원에 노출이 잘 되기 때문인지 동네 엄마들도 조금씩 피하게 돼요. 어린이집 선생님도 직접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아도… 먼저 제가 아이를 안 보냈으면 하고, 제가 일하는 부서에 환자가 있으면 먼저 이야기를 해주기를 원하시더라고요”(참여자 1).
“저희 병원이 거점병원으로 지정되고 나서 간호사라고 말을 하기가 많이 힘들어졌고 간호사인 것을 알고 있는 분들은 혹시라도 자신이 감염되지 않을까 눈치를 보는 모습을 느꼈어요. 또한 우리 병원이 매스컴에 나오면 많은 분들이…. 본인들을 방어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참여자 6).
“아이를 데려다 줄 때 항상 했던 말이 ‘엄마 병원에 갔다 올게’ 였는데 코로나 이후부터는 ‘엄마 회사 갔다 올게’ 이렇게 바뀌더라고요”(참여자 5).
“응급환자가 있어서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나중에 그 환자가 양성이 나왔어요. 그래서 밀접 접촉자라고 자가 격리하고 있다가 저도 양성 판정을 받았죠. 애들 둘을 집에 남겨두고 앰뷸런스를 타고 격리 시설로 가서 지냈어요. 아파트에 제가 확진이 되었던 내용이 공지되었고, 소문이 퍼져서 아이 학교 학부모들이 다 알게 되었더라구요. 치료가 다 끝나고 음성이 나왔는데 한동안 아파트 주민들이 저나 제 가족이 엘리베이터에 타면 흠칫 놀라고 불편해했어요. 그래서 한동안 집 밖에 못나가고 계단으로 다녔어요. 너무 억울하고 우울 했어요”(참여자 3).
2. 주제 모음 2: 지원자로서의 존재감
참여자들은 COVID-19 팬데믹 상황 속 간호사로서 자긍심을 느끼고 아이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엄마로서 인식되고 있었다. 또한, 전문적인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아이에게 전달해줄 수 있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간호사 엄마이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 코로나 환자에 전념하도록 힘을 주는 자녀들
참여자들은 힘든 근무 여건 속에서도 코로나와 맞서 싸우는 자신들을 자녀들이 잘 이해해주기도 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힘을 얻고 자녀들과 서로 정서적 교감을 하고 있었다.
“예전의 업무보다 지금 COVID-19 팬데믹 상황의 업무가 더 많이 증가되어 힘든 점은 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멋진 엄마로 기억되는 것 같아요… 뉴스에서만 보던 Level D 입은 모습을 보고 “엄마 멋져요.” 라는 말에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참여자 6).
“엄마가 간호사인 것을 너무너무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엄마는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야.”… 아이가 혼자 집에 있으면서 힘들어도 빨리 집에 오라는 소리는 안 해요. 다행히. “엄마 아픈 사람 치료해야 되니까. 내가 참고 있을게. 엄마가 없으면 다른 사람이 이제 치료를 못 받으니까 엄마가 병원에 있어야 돼” 라고 말하곤 해요”(참여자 2).
3. 주제 모음 3: 힘겹게 자녀 학습지원 활동 이어가기
참여자들은 COVID-19 팬데믹으로 학교도 예상할 수 없는 방침과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어, 자녀의 학습을 위한 대응을 하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였고, 새로운 학습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아이들 역시 등교를 통한 대면 수업과 원격 수업을 반복되는 동안 학교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학원과 같은 방과 후 활동을 할 수 없어 학습활동이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참여자들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자녀들이 원격 수업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여전히 벽에 부딪히는 일이 많아 겨우겨우 학업이 지속되도록 하고 있었다.
1) 변화무쌍한 학교 대응으로 안절부절못함
참여자들은 COVID-19 팬데믹과 함께 일어난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 속에서 아이들의 학업과 방과 후 활동에 혼란을 느끼고 있었고, 아이들은 등교와 원격 수업을 반복하며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는 태도를 보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었다.
4. 주제 모음 4: 혼돈의 상황 속 양육자 역할 조율하기
참여자들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COVID-19 팬데믹 상황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팬데믹 전에 경험하지 못한 많은 어려움과 막막함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3교대 간호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으로 자녀를 충실하게 돌볼 수 없어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러한 혼돈의 상황에서도 자녀들의 돌봄을 위해 배우자와 상주해주시는 친정엄마의 배려로 간호사, 엄마, 배우자의 삼중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1) 엉킨 실타래처럼 막막함
참여자들은 COVID-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병원 근무가 아이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죄책감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바로 챙겨주지 못하는 3교대 근무 상황 속에서 마치 엉킨 실타래를 보는 답답함을 느끼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었다.
2) 자녀를 돌볼 수 없는 힘든 마음
참여자들은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엄마와 간호사의 두 가지 역할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병원 간호사라는 특수한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환자를 간호해야 하는 병원 환경 안에서 육아 역할보다는 간호사 역할을 더 우선하는 선택을 하고 있었다. 엄마 역할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참여자들은 내 아이를 돌볼 수 없어 힘들어하고 있었다.
3) 삼중 역할을 지원해주는 사람들
참여자들은 3교대 근무의 불규칙한 생활과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친정엄마의 상주를 통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들의 양육을 위한 도움을 받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배우자와 친정엄마에게 죄송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큰 장점은 할머니(친정엄마)는 항상 함께 계시는 분이라 아이한테는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아이의 일상 리듬이 깨지지 않고 유지가 되는 점이죠. 눈에 일이 보이고 딸이고 하니까. 집안 살림 같은 것도 해주세요. 아무래도 어머니도 가끔 힘들고 지치실 때도 있고, 저도 죄송한 마음도 많이 들어요”(참여자 1).
“제가 3교대 근무하고 병원에서 힘든 것을 남편이 이해해주니까 남편이 많이 도와주거든요. 남편이 쉬는 날이거나 자기가 육아를 해야 되는 날에는 전적으로 다 맡아서 해줘요. 둘이 진짜 거의 개인적인 시간은 거의 없어요”(참여자 4).
“우선 3교대에 주말 부부라 친정엄마가 전적으로 저희 아이들을 봐주고 있어요. 엄마가 저희 집에 와 계시면서 저희 아빠는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해서 두 분에게 많이 죄송하죠. 저희 엄마 아니면 3교대 직장 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어요”(참여자 6).
5. 주제 모음 5: 물리적 안전을 추구함
참여자들은 COVID-19 감염 경험 유무와 관계없이 간호사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는 물론 가족들이 COVID-19 감염 피해를 주는 사람이 될까 두려워 일상생활까지 제한하면서 안전한 울타리에서 살아가는 것을 택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더 위생적인 생활을 통해 감염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이 형성되었으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의 온기로 위축된 생활을 잘 극복하고 있었다.
1)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기
참여자들은 COVID-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간호사라는 이유로 자신과 자녀는 물론 다른 가족들의 일상생활을 포기하는 대신 스스로 더 조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안전한 울타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거의 한 2년 동안 마트나 사람 많은 곳이나 식당은 의도적으로 저희 식구들이 다 안 다녔거든요. 키즈 카페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거의 가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거의 생활이 출근 집. 출근 집. 이 패턴으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참여자 1).
“저희 부부는 코로나 상황 터지고 나서 식당을 단 한 번도 안 갔어요. 진짜 저희는 정말 열심히 노력을 했거든요. 근데 주위를 보니까 다들 카페도 다니고 음식점도 가더라구요. 그래서 갑자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우리만 이렇게 바보같이 이러고 있나 생각이 들긴 했지만, 저희는 안전을 택한 것 같아요”(참여자 4).
2) 새롭게 형성된 위생적인 생활하기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에 대한 불안과 위생에 대한 걱정으로 참여자들과 배우자, 자녀, 그리고 가족들은 손 씻기, 소독제 사용, 마스크 쓰기 등과 방역을 위한 위생적인 생활이 습관화되었고 감염을 경험한 참여자는 특히 위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위생관리를 더욱 더 철저히 하였다. 참여자들은 COVID-19 팬데믹으로 변화된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였다.
“집에 오자마자 그전엔 항상 아이들을 바로 안아보거나 만져보거나 그랬는데 아이들이 엄마 왔다고 좋아서 달려들어도 저는 바로 화장실로 직행해서 손과 발을 다 청결히 씻고 나서 이제 아이들을 한 번씩 볼 수 있는 그런 것들로 바뀌었죠”(참여자 5).
“COVID-19 이후로는 차에서 손 소독제라도 한 번 더 해요. 내가 혹시라도 균을 묻혀서 집에 들어갈까 봐. 아이들도 손위생 개념들이 많이 달라졌어요. 밖에서 들어오면 무조건 먼저 화장실 들러 손을 닦고 나와요. 저희 1학년 아이는 손 위생 단계를 설명하더라고요. 엄마 손을 이렇게, 닦는다고 다 닦이는 게 아니야 이러면서 손가락도 닦고. 엄지, 손톱도 닦고… 의료인들이 하는 그 순서를 이야기하는 거예요”(참여자 6).
“코로나에 걸렸었으니까 더 환기, 청소를 약간 강박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애들 학교 보내면 청소하면서 온 집안 구석구석 다 닦고 손잡이까지 다 닦아요. 그렇게 했기 때문에 그때 확진되기까지 격리기간 동안 아이들이랑 11일 같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안 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격리 시설에 있는 동안 남편이 애들 둘을 다 케어 했어요”(참여자 3).
고 찰
COVID-19의 대유행이 양육에 미치는 영향은 직장과 근무 특성에 따라, 자녀의 자기 주도 학습 능력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COVID-19 팬데믹 상황 속 코로나 환자를 많이 보는 상급 종합병원이라는 환경적 특성, 3교대 근무를 해야만 하는 간호사의 근무 특성,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의 특성을 모두 가진 여성들이 던지는 ‘목소리’에 대한 체계적인 탐구가 필요하다. 또한, 변화무쌍한 사회와 다르게 묵묵히 병원에서 근무해야 하는 간호사들의 양육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아보고 대책 마련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COVID-19 팬데믹 상황 속 상급종합병원에 꼭 필요한 인력인 3교대 간호사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겪게 되는 경험의 본질과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Colaizzi (1978)의 현상학적 분석방법을 적용하여 탐구하였다.
이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COVID-19 팬데믹의 사회적 혼란 속에서 병원의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의 역할과 가족과 자녀를 지키고 보호하는 역할, 지역사회에 감염 전파를 막는 역할과 같이 삼중막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고, 직장과 자녀 양육 사이에 급격하게 변화되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조정하면서 물리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경험한 것들이 COVID-19 이전의 간호사의 양육 경험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도출된 5개의 주제모음별로 살펴보았다.
먼저 이 연구에서 첫 번째 주제 모음은 ‘간호사 엄마로서 고군분투’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COVID-19 팬데믹의 전쟁 속에서 자신들로 인해 가족들이나 병원의 환자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해하였고, 감염에 대한 주변인들의 두려움을 알고 이웃에 전파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COVID-19 환자를 직접 간호를 하는 것과 관계없이 본인이 감염되거나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Kim & Cho, 2021), 가족에게 전파시킬 수 있는 점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는 점(Logiudice & Bartos, 2021)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로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간호사들의 공통적인 경험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간호사라는 직업을 숨기려 했던 경험을 이야기하였는데, 이는 간호사들은 전염원이 될 수 있어서 가족들이나 타인에게 거부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위험을 경험하며 스스로 외부와 단절함으로써 고립감을 느꼈다는 연구(Ahmadidarrehsima et al., 2022; Lee & Song, 2021)와 같은 맥락으로, 간호사들은 부정적인 주변의 시선으로 사회적 낙인을 의식하고 스스로 위축되었다. 이러한 발견은 과거 신종 감염병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간호에 대한 간호사의 경험을 조사한 선행 연구(Kim, 2017)에서 나타난 ‘신종 감염병 전염 위험성에 따른 불안과 부담’, ‘메르스 환자 간호사라는 이유로 느끼는 사회적 고립’과도 유사하였다. 정부와 의료기관은 감염병에 대처하는 표준화된 의료 프로세스와 안전한 병원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주제 모음은 간호사 엄마의 ‘지원자로서 존재감’ 이었다. COVID-19가 점점 확산되는 추세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불안감, 모두가 지쳐가는 상황 속에서도 참여자들은 간호사라는 전문성을 가지고 최전선에서 환자를 돌보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는 COVID-19 대유행의 힘든 상황이 오히려 반복적 업무에 대한 매너리즘을 타파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자신이 선택한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자긍심, 사명감을 느낀다는 국내외 연구들과 일치하였고(Kim & Cho, 2021; Logiudice & Bartos, 2021; Oh & Lee, 2021), 메르스 환자 간호에서 나타난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업무 과정에서의 의료진 사이의 팀워크를 통해 성장했다는 경험(Kim & Cho, 2021)과도 일치하였다.
다음으로 자녀와의 관계에서 참여자들은 간호사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두려움이 점차 완화되면서 힘을 낸다고 하였다. 이는 코로나 환자를 직접 간호한 간호사의 자녀들이 엄마를 ‘코로나 전사’, ‘영웅’ 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응원하였다는 기사(Kim, 2020; Kwon, 2020)와 상통하는 것으로, COVID-19 팬데믹이라는 혼돈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면서 감정적 유대가 깊어지는 긍정적인 경험을 마주하였다. 이와 같은 자녀들의 공감은 간호사 엄마로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으로 간호사 엄마는 두려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게 되었고, 환자와 자녀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자긍심이 더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간호사들이 돌봄에 대한 경험을 넓히고 긍정적인 측면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었다(Kim & Tak, 2019).
세 번째 주제 모음은 ‘힘겹게 자녀 학습 지원활동 이어가기’다. 참여자들은 자녀들이 코로나 시대에 ‘원격 수업’ 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교육환경 변화에 적응해야만 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경험하였고, 환자와 자녀 중 누구를 우선할 것인가에 대하여 갈등을 겪으면서 자녀들이 학업을 해나갈 수 있도록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원격수업으로 인하여 엄마이면서 동시에 교사의 역할도 수행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고(Cho & Kim, 2021; Jeong et al., 2021; Jung, 2021),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녀의 학력 저하에 대한 불안 경험(Cho & Kim, 2021)과 비슷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로서, 아이의 긴급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와도 조퇴를 하거나 결근을 할 수 없는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원격 수업의 결손이 있어도 포기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점이 근무지가 병원이 아닌 직장인들과는 다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연구와 유사한 직장여성들도 자녀가 꾸준하게 등교를 할 수 없어서 “학교를 재미없는 곳”으로 생각되는 고착된 태도의 형성과 학교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나 인식부족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Jung, 2021). 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엄마들의 공통점으로 확인되었다.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자녀의 어려운 학업 현실은 국외에서도 동일한 양상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도 학교 교육이 집에서 이루어지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교육에 대한 책임을 맡게 되었으며 교육에 대한 의존성이 커졌다(Cheng et al., 2021).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상대적으로 짧은 폐쇄 기간(8주)이었음에도 휴교로 인해 교육 수준이 낮은 가정의 학생들의 학습 손실이 최대 60% 더 크게 나타났다(Engzell et al., 2021). 이러한 사회적 경험을 통해 COVID-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으로 학교가 폐쇄될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의 직장 특성과 교육 수준을 고려한 학업 지원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네 번째 주제 모음은 ‘혼돈의 상황 속 양육자 역할 조율하기’ 이었다. 참여자들은 돌봄에 집중할 수 없는 COVID-19라는 사회적 상황에서 불안과 어려움 그리고 미안한 감정을 모두 갖고 있었다. 이는 3교대 간호사가 일과 양육 사이에서 경험하는 갈등으로 3교대 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출퇴근으로 아이와의 일상이 어긋나고, 조퇴를 할 수 없는 병원의 시스템으로 인하여 아이가 필요할 때 엄마가 달려가거나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연구(Kim, 2017)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3교대 근무 간호사는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이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배우자, 친정엄마의 자녀 양육 도움으로 부모 역할을 힘들게 감당하고 있었다. 이는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들의 연구에서 ‘하이힐 신고 달리는 엄마’ 라는 주제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이 COVID-19 상황으로 직장에 나와서도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지 못한 아이들을 걱정하고, 퇴근을 한 후에도 밀린 업무를 하느라 일-가정의 경계가 모호한 상태로 지내면서 나쁜 엄마라는 죄책감을 느낀다는 결과와 또한 부모 역할의 어려움이 있으나 참여자들이 점차 상황의 한계를 인지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마음의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결과(Jung, 2021)와 유사하였다.
마지막 주제 모음은 ‘물리적 안전을 추구함’ 이다. 이 연구 참여자들은 간호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에 COVID-19 팬데믹 상황이 더해지면서 자신의 일상은 물론 자녀, 가족의 일상을 포기하고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지내도록 하였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국외 연구에서도 근무 시 오염이 되었다고 생각하여 철저한 위생 행위를 한 후 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Ahmadidarrehsima et al., 2022). 이는 이 연구의 참여자들 또한 집에 도착하면 가족과 접촉하지 않고 먼저 씻고 위생을 우선하는 일상의 변화를 보인 점과 일치하는 점이다. 2015년 메르스 유행은 지역사회 감염이 아닌 의료 환경에서의 감염 발생이 집중되어 있어 보건 의료 종사자 감염이 많은 특징(Korean Society of Infectious Diseases; Korean Society for Healthcare-associated Infection Control and Prevention, 2015)이 있었으며, 이로 인하여 메르스 환자를 간호한 간호사들이 사람과의 만남과 관계를 피하는 등(Kim, 2017) 간호사들의 일상 포기가 특징적이었다. 이와 달리 COVID-19의 특징은 감염 전파력이 높아 방역 지침을 어기는 사람이 많이 확진되었다. 이러한 특징으로 COVID-19에 확진자는 사회적 비난을 받게 되는 현상이 생겨났다. 이에 사람들은 자녀들이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도록 하였고, 아이들과 밖으로 나가거나 놀아주지 못하는 힘든 일상의 변화를 경험하였다(Kwon, 2020). 이 연구에서 참여자들의 경험과 유사한 점은 COVID-19 팬데믹 이전보다 견고한 가족이라는 장벽 속에서 나름의 만족과 안도감을 느끼는(Jung, 2021) 긍정적인 경험을 하였다.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가정 내 자녀 돌봄 어려움에 관한 여러 연구에서, 학교는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을 위한 교육기관인 동시에 돌봄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초등학교의 원격교육이나 돌봄 중단으로 인해 교육과 돌봄 기능이 가정으로 급격히 변경되었고(Jun et al., 2021; Yom et al., 2017), 갑자기 근무 스케줄 변경으로 출근하게 되거나 COVID-19 확진으로 인한 격리 시에 가정에서 교육과 돌봄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2020년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가정에서 36.2%가 돌봄의 공백을 경험하고 있었다(Korea Institute of Child Care and Education, 2020). 또한, 평일 낮 시간대 보호자 없이 집에 머무르는 초등학생이 46.8%로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가장 큰 일상의 변화는 ‘돌봄의 공백’으로 나타났다(Chung et al., 2020).
특히, COVID-19 팬데믹 이전에도 3교대 근무를 했던 간호사의 경우 일반 직장인의 생활 시계와는 달라 기혼 간호사들의 사직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이 자녀 양육이었다는 점에서(Yu et al., 2018) 3교대 간호사들은 COVID-19 팬데믹 자녀의 돌봄은 다른 직종보다 더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와 같이 배우자와 친정어머니에게 의존하게 하는 현실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어린 자녀의 돌봄 지원체계 마련이 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전파성 감염질환의 팬데믹이 오고 나서야 마련되는 긴급 돌봄 지원체계는 직장여성 특히, 3교대 근무 간호사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으로 생각된다. 불규칙적인 교대 근무와 잦은 야간 근무를 하는 3교대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의 경우 지속적인 자녀 양육과 학습이 보장되는 사회적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러한 안정된 돌봄 체제가 마련될 때 간호사는 자녀 돌봄에 대한 걱정 없이 직무에 충실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안정된 근무환경 마련을 위해 3교대 간호사의 일-가정 양립이 보장되는 돌봄 시설이 반드시 설치되어야 한다.
이 연구는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간호사들의 양육 경험 변화를 다루었으며, 특수한 환경에서 부모로서의 역할과 의료진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회적인 중요성을 보여준 점에 의의가 있다.
결 론
이 연구는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3교대 간호사들의 양육 경험 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하였다. 연구의 참여자들은 환자의 중증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로, 그들의 자녀들은 학령기에 속해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있었다. 이러한 참여자들의 양육 경험은 기존의 연구와 달리 COVID-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직면한 특이한 양육 경험을 기술한 것으로 사회적 시사점을 가진다. 잠재적 감염 매개체라는 낙인을 느끼면서도 안전하게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간호사로서, 사회적 혼돈 상황에서 자녀를 보호하고 돌봐야 하는 엄마로서, 참여자들은 ‘간호사 엄마로 고군분투’, ‘지원자로서 존재감’, ‘힘겹게 자녀 학습 지원 활동 이어가기’, ‘혼돈의 상황 속 부모 역할 조율’, ‘물리적 안전을 추구함’ 과 같은 변화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변화된 양육환경 속에서도 자녀들은 의지하고 의지 받을 수 있는 보호막과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도출된 주제 모음은 시달림(struggling), 조정(controlling). 육아(parenting), 모색(seeking)의 4개 범주로 분류되었다.
이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제언한다.
첫째,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병원 간호사들이 경험하는 감염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사회적 위축과 고립이라는 감정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상담해주는 심리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병원 차원에서도 간호사를 비롯한 직원들이 감염원이 되지 않도록 표준화된 감염병 대처 프로토콜과 안전한 병원 환경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제언한다.
둘째, 환자 간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3교대 간호사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신종 감염병 유행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어린 자녀들의 긴급 돌봄이 제공하여 자녀들의 육아 및 학습에 지장이 없도록 해줄 것을 제언한다.
셋째, 이번 COVID-19 팬데믹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여 ‘국가 차원의 긴급 돌봄 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